CBS가 오는 21일 울산매일과 계약을 맺고 ‘노컷뉴스’ 기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광주매일이 창간한 무료일간지 ‘해피데이’도 일간스포츠와 상호 기사공급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이처럼 지방신문사들이 통신사가 아닌 타 일반 언론사의 기사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받아 지면에 전재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향후 기사 공급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BS 기사공급시장 진출
CBS와 울산매일의 양해각서에 따르면 CBS는 월 5건의 자사 광고를 울산매일에 무료로 게재하는 대신 ‘노컷뉴스’ 기사를 제공하게 된다. 울산매일은 노컷뉴스 기사에 ‘CBS’의 크레디트를 달아 자사 신문에 전재할 수 있다.
CBS 박호진 기획팀장은 “전재를 조건으로 타 언론사에 유료 기사를 공급하는 것이 재정과 홍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방사를 중심으로 각 시·도에 1개 정도의 언론사와 기사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와 전재 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울산매일로서도 이번 CBS와의 계약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서울의 정치, 사회, 연예, 체육 소식 등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매일 역시 지난 2일부터 일간스포츠와의 제휴를 맺고 자사의 무료 일간지 ‘해피데이’에 연예 및 스포츠 기사를 받아 쓰기로 했다. 광주매일은 사고를 통해 “수도권의 스포츠 및 연예 뉴스를 보다 생생하고 심층적으로 제공하게 됐다”며 기사교류 협력을 반겼다.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 2조에서는 ‘뉴스통신’을 “외국의 뉴스통신사와 뉴스통신계약을 체결”한 언론사로만 규정하고 있어 국내 언론사끼리 기사를 공급하는 데 현행법상 제약은 없다.
이에 대해 전국지방신문협의회 김중석 간사(강원도민일보 상무)는 “정보의 다양성과 공급의 안정성, 정보량만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된다면 통신사에게만 의존할 까닭이 없다”며 “기존 통신사의 비싼 전재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언론사들로서는 일반 중앙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공급받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또 “사실상 기사 공급시장이 독점체제인 상태에서 경쟁체제로 들어선다면 수요자 입장에선 선택의 다양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내비쳤다.
기존 통신사들은 일반 언론사들의 기사 공급 확대 가능성에 대해 “인력이나 뉴스 생산력 차원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찻잔 속 태풍’이라는 시각을 보이면서도 “그러나 틈새시장이 공략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존 통신사들 어려움
한편 뉴스 공급원의 다양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기존 통신사들은 기사 도용과 경영난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5월 뉴스통신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이용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지만 실수입원인 전재료가 전체 매출의 40%대에 머물러 있다. 또 연합은 미계약사에 의한 고질적인 기사 도용과 재가공 판매에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골치를 썩고 있다.
연합은 지난해 12월 자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도용한 경상매일과의 민사소송에서 8천4백만원을 지급받는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자료를 모니터링해 위법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오히려 연합의 기사를 재가공해 상업적인 판매로 연결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의 경우도 연합과 계약하지 않은 9개 지역 민방이 SBS로부터 콘텐츠를 제공 받는 등 사실상 재전송 금지 규칙을 어기며 연합의 기사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기는 후발주자인 뉴시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경쟁사인 연합이 정부로부터 127억의 지원금을 받는 반면 뉴시스는 민간통신사업자인 탓에 일체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는 현재 로이터에 전재료 4개월치를 지급하지 못한데다 일부 직원의 급여마저 연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뉴시스는 연합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로 뉴스를 공급하는데도 재정상태가 어려운 지방사가 아니고서는 정보량의 차이 때문에 뉴시스와의 계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