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총선은 역대 총선에 비해 ‘저비용’ 선거로 치러지고 있으나 ‘고효율’ 선거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식물국회’로 거의 기능을 상실한 지난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야 가까스로 통과된 정치개혁을 위해 추진된 개정 선거법에 따라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이번 총선은 역대 선거 중 ‘가장 조용한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온 기왕의 채널들이 지나치게 제한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비교 평가하여 후보를 결정하는 ‘정책선거’라기보다는 언론이 전달하는 각 당 지도부의 현란한 정치적 제스처와 정치상징에 따라 현혹되는 ‘이미지선거’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언론이 ‘감성선거’ 분위기를 확장시켜가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주일이 넘도록 붕대를 감고 표밭갈이를 했고,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광주에서의 ‘삼보일배’ 끝에 휠체어를 타고 호남을 누볐다. 그런가 하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노란 점퍼를 입고 기회 있을 때마다 민생투어를 하고, 노인정을 찾아 그의 ‘노인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잇달아 보여 주었다.
이처럼 정책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선거전략으로 인해 언론의존도가 높아지자 정책지향을 선도해야 할 언론들도 감성적 편파보도와 축소보도 및 과장보도를 일상화하다시피 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해온 파행적 보도관행의 망령이 되살아 난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정치정보를 알려주고 유권자들이 정책을 비교 평가할 수 있도록 공약을 검증하기보다는 각당 지도부의 ‘유세 중계보도’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었다. 이들 ‘표밭갈이 보도’에서 처리되는 사진보도의 의도성은 편파보도의 압권이다. 특정 정당의 대표는 항상 웃고 있고 특정 정당의 대표의 표정은 늘 긴장되어 있다. 선거스케치에서도 그러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인데 반해 특정 정당에 대한 상황은 싸늘했다.
이와 함께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음성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도 지키지 않은 보도가 많았다. 언론들은 ‘박근혜 대표 띄우기’와 ‘추미애 선대위원장 띄우기’ ‘정동영 의장 구하기’를 위해 부풀리고,짜깁기하고, 침묵하고, 거짓말하고, 특정 이슈를 쟁점화하기 위해 뉴스가치 없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박풍이 수도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추풍으로 호남지역 정서가 개선되고 있다” “정의장의 선대위원장 사퇴론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등의 보도가 그것이다.
이번 총선 보도에서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여전히 일부 언론들이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세대간 갈등을 부추겨 특정 정당에 이득을 주려한 ‘음모론’이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4·19세대 원로들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구기득권세력은 일부 수구언론을 앞세워 4·15선거판을 다시 지역간·세대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 세력과 일부 언론의 국민을 배반한 여론조작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우려의 실례적 표출이다.
봄꽃 세상이다. 그러나 아직 봄은 아니다. 세상이 참으로 어수선하다. 올해 신문의 날 표어처럼 우리나라 신문이, 언론이 ‘국민 속으로, 세상의 빛으로’ 거듭 나서 어수선한 이 세상을 아름다운 봄꽃 세상으로 만들어 줄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