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신문의 방송 공격이 이른바 총력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에만도 MBC 관련 기사를 외부기고까지 포함해 모두 5건을 내보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기 위해’ 방송사들이 평소보다 한 발짝 더 내딛은 ‘걸음’이 보수신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리라는 점을 납득하기란 어렵지 않다. 더욱이 방송의 매체 영향력이 신문을 능가하는 시대가 이미 전개되고 있지 않던가.
최근 신문의 ‘노골적’ 공격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들은 “보수의 위기상황 속에서 수구기득권을 부여잡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말해왔다. MBC 강성주 보도국장도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논리도 없는 보수신문의 방송 비판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며칠동안 MBC의 행보는 기존의 언술과 달라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9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 관련 인터뷰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후 이런 저런 논란 끝에 결국 보도제작국장이 보직 해임되고 담당 CP가 경질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보직해임이나 경질이 불가피할 정도의 사안이었느냐도 논란거리지만 지나치게 급작스러웠던 인사로 내부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경질이 결정된 12일은 조선일보가 관련 기사를 1면에 올린 것은 물론, 사설까지 동원한 보수신문들과 한나라당의 파상 공세가 집중된 날이었다. 따라서 12일 저녁의 갑작스런 인사조치는 ‘사건’의 신속한 무마에만 집착하는 방송사 고위 간부들의 면피성 사고를 느끼게 한다. MBC 보도국 한 중견기자는 이를 두고 ‘굴복’이라고 표현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MBC의 이 같은 모습은 한나라당 대표경선 토론 번복에 이어 두 번째다.
일관된 정치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보다 자사의 입장과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게 오히려 정치적일 수 있다. 이번 인사조치가 보수신문의 ‘논리 없는 논리’에 살을 보태주고 방송사 일선 제작진의 사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직내부의 우려를 MBC 고위 간부들이 귀담아 듣고 있는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