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경영정상화를 위한 설명회’를 가졌던 한국일보 자금관리단(채권단)은 7일 “한국일보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며 이번에 사원들에게 제시한 임금삭감안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있는 기업으로 되살아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 한국일보 지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영진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 한국일보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관리단
한국일보 ‘자금관리단’의 고낙현 단장은 7일 한국일보가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만큼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고 2006년까지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도 없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경영진과 사원들이 먼저 한국일보가 현재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현 상태에서 수입에 맞춰 지출하면 당장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악화된 경기를 반영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임금삭감을 통해 지출을 줄이고, 퇴직금 출자전환으로 재정을 확충하면 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협회 한국일보 지회(지회장 조재우 기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고재학 기자)는 구조개선을 위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만 나온다면 고통 분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외부 전문가의 협조를 얻어 관리단에서 내놓은 안을 적극 검토한 후, 오는 20일 쯤 편집국 사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비대위는 직원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이제껏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 적이 없었던 만큼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 어려움을 임시로 타개하기 위해 일방에게 고통을 전가시킨다면 동의할 수 없다”며 “희망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경영진과 보다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말했다.
노동조합
노조(위원장 전민수)는 일단 경영진의 입장을 듣고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일 장재구 회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장 회장이 대안을 갖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를 검토한 뒤 노조 측의 입장을 내놓겠다는 것.
이번에 제시된 임금삭감안에 대해 노조는 “경영 실사팀에게 노사합의안을 제시하기 위해 경영진과 관리단이 사전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경영진의 대안을 검토한 후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민수 노조위원장은 “장 회장이 취임한 후 2년이 넘도록 증자약속 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경영진이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대책을 갖고 노조를 설득해야만 노조도 경영진을 믿고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또 “일방적으로 사원들의 고통분담만 요구하는 관리단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경영진
한국일보 경영진 측은 관리단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관리단의 현실진단과 상황인식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타개책을 놓고 심도 있게 고려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사내에 ‘일방적인 고통분담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에 대해 “경영진 역시 유상증자 방안 마련과 임금삭감 등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관리단이 경영진으로부터 곧 유상증자가 될 것이라는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재국 회장이 노조와의 면담과정에서 제시하겠다고 말한 대책은 내부 검토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내놓겠다”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임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임금삭감 제안이 채권단 차원이 아니라 관리단장 ‘개인자격’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 고 단장은 채권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자구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체 그림을 다시 그리라고 요구하는 것이 채권단의 일반적인 관행인 만큼 그 이전에 회사차원의 자구노력을 보이는 것이 채권단으로부터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뤄진 제안”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