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정 정당이나 언론의 무분별한 방송 심의 요청으로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어 안건 상정 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방송위는 시청자 불만과 민원이 접수될 경우 대부분 심의위원회에 상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최근 제기되고 있는 특정 ‘정치적 민원’들에 대해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심의안건 상정 사실만으로도 특정언론의 방송 비판용 보도로 활용되고 있는데다 일단 상정되면 최소 ‘권고’나 ‘주의’ 조치가 불가피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실정이다.
그 결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방송의 보도·교양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위 심의여부가 일부 신문에 의해 ‘과잉 보도’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부터 4월 12일까지 한 달간 방송위 심의와 관련한 조선·동아의 기사와 사설은 본보 조사결과 하루 평균 한건에 이른다. 조선의 경우 24건, 이중 18건이 보도·교양 관련 내용이며 동아 역시 21건의 기사 중 20건이 이에 해당된다.
이 같은 조선·동아의 기사와 사설들은 방송위의 심의를 촉구하거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확대·재생산 하는 데 집중됐다. 동아의 4월 10일 기사 ‘정의장 노인폄훼 축소보도 오해 소지’, 3월 25일 사설 ‘탄핵방송 심의 왜 자꾸 미루나’ 등과 조선의 3월 26일 기자수첩 ‘할일 안하는 방송위’, 3월 16일 사설 ‘방송위원회는 TV도 보지 않는가’ 등이 대표적.
조선은 지난달 방송위로부터 ‘엄중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동아의 경우 1일자 기사 ‘방송위 “TV 탄핵방송 신중히 해야” 권고조치’에서 방송위의 ‘권고’조치에 대해 “방송위가 탄핵 관련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들이 공정성 결여 등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오보를 내기도 했다.
동아는 또 12일자 사설 ‘KBS MBC, 공정성이 관건이다’에서 MBC ‘사실은…’과 KBS뉴스9가 지난주 방송위로부터 각각 ‘주의’와 ‘권고’조치를 받은 것과 관련해 “이런 일련의 심의 결과는 ‘공정한 방송’ ‘객관적인 방송’이 특히 총선을 맞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방송이 자꾸 심의 대상에 오르는 것 자체가 책임 있는 방송으로서 국민에게 부끄러운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방송위 보도교양제1심의위 한 위원은 “심의 안건 상정과 관련한 뚜렷한 원칙이 없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제로 방송위 심의 관련 내용들이 보수신문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