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선 탄핵 등 많은 변수들로 총선의 본질이 왜곡됐다. 정치개혁과 소지역주의 해소라는 총선 본질이 있었으나 탄핵 역풍으로 퇴색된 가운데 인물과 정책보다는 정당에 의해서 선거판세가 요동쳤다.
특히 선거기간 중 정치권이 언론의 여론조사에 장단을 맞추며, 정책대결보다는 ‘이미지 선거’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언론 또한 정치권 ‘이미지 선거’를 쫓아다니기에 급급한 나머지 선거 본질을 외면했다. 이러한 구태 때문에 언론학자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저널리즘 본령을 주문하면서 언론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보도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됐다. 일부 신문들은 시민단체와의 공조를 통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했다. 총선기간 중 시민기자들의 눈을 통해 선거 판세를 분석하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아울러 각 신문사들은 개정선거법에 의해 취재 환경이 변한 가운데 제한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총선을 몇 차례 치른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총선을 취재하는 데 그간 경험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한 언론사에선 총선 취재 경험이 전무한 기자들을 현장에 보내는 등 새로운 시각으로 총선을 보도하려 했다. 각 신문사별로 17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기획보도에선 우리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 동안 대부분 신문들이 타성에 치우친 나머지 정책이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진단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기획보도에서는 언론사 나름대로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진단하는 등 발전된 보도행태를 보였다.
개울물이 모여 강줄기를 이루듯 이번 선거보도의 작은 변화가 언론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