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4일부터 3일간 말레이시아의 역사 도시 말라카에서 15개국 20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평화 증진을 위한 언론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제4회 말라카 국제회의 (The 4th Melaka Twin Cities’ International Convention)가 열렸다.
이 국제회의에, 한국기자협회 이상기 회장과 필자가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주최국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0여개 참가국 언론인들과의 토론을 벌였다.
말레이시아는 15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으로부터 지속적인 침입을 당했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의 침략을 받기도 하였다. 1948년 말레이 연방으로, 1963년 9월 16일에 말라카에서 역사적인 말레이시아 독립선언을 하였다.
말레이시아 13개 주 중 가장 작은 말라카는 이같은 역사와 문화 유산을 지녀 2003년 4월15일 “역사적 도시”로 선포됐다. 앞서 2001년부터 매년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600여 년에 걸친 말라카의 다양한 문화를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이 회장과 필자는 6시간 비행 끝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4일 오후 6시경 도착한 후, 다시 승용차로 2시간 달려 말라카에 도착하였다. 본부 호텔에서 식사를 마치기 바쁘게 말라카 ‘역사적 도시 선포 1주년 기념 문화행사’가 열리는 거리 축제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밤 9시경 시작된 전통 문화축제는 새벽 1시가 지나서야 막이 내렸다.
다음날 오전 회의 참석자들은 말라카 역사 박물관, 중세 교회, 사원 등 사적을 돌아보았다. 오후에는 말라카 주지사 기자회견과 언론인들과 말라카 주 정부 및 시의회 관계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각국 언론인들은 기탄없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놨다.
16일 오전 제4회 말라카 국제회의 공식 개막행사에 이어 오후에는 2명의 주제 발표와 열띤 패널 토의가 있었다. 첫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필자는 30분에 걸쳐 동아시아 지역 경제공동체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어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제1회 동아시아 기자포럼의 성과를 역설했다. 또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릴 예정인 제2회 동아시아 기자포럼에 대한 각국 대표들의 적극적 참여와, 지지 그리고 관심을 촉구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필자의 주제 발표와 동아시아 기자포럼에 대해 공감과 관심을 보였다.
또한 필자는 이라크 주둔 미군에 의한 KBS 기자 2명이 부당하게 억류된 사건에 대해,한국기자협회가 지난 3월 초 주한 미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아울러 국제기자연맹 (IFJ)의 지지 성명 등 한국언론 상황을 소개했다.
그리고 IFJ에 가입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기자 단체를 대신하여, 동아시아 기자포럼 이름으로 오는 5월 말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제25차 IFJ 총회에서 기자들의 피살 등 동아시아 지역 언론상황을 보고하고 IFJ의 지지를 촉구할 것을 건의하였다.
말라카 회의에는 작년 제1회 서울포럼에서 채택한 동아시아 평화 선언문 서명자 13명 중 5명이 참가하여, 우리는 이들과 함께 제2회 제주 대회 준비 및 향후 지속적인 포럼 운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했다.
우리는 또 귀국 전날밤 노릴라 말레이시아 기자협회장, 싱가포르의 림 전 아세안 기자협회장(CAJ), 사팔 캄보디아 기자협회 간사, 호세 전 필리핀 기자협회장 등과 저널리즘에 대해 밤샘 토론을 벌였다.
아시아(Asia) 저널리즘에서 얼룩말(Zebra) 저널리즘까지 A에서 Z까지 알파벳 머릿글자를 이용한 각종 저널리즘의 구체적 사례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들 나라에서도 수습 시절 사체부검 견학을 통해 기자로서의 직업의식을 키운다는 얘기도 나왔다. 어딜 가나 “기자는 하나”라는 공감대를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