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을 통해 정치세력화의 기틀을 다지면서 민노당에 대한 종합경제지들의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지들은 민노당의 정치권 입성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담이나 시론까지 동원해 재계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면서 경제불안을 조성, 민노당의 경제정책 발목잡기에 일찌감치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경제지들의 논리는 최근 민노당을 제3당으로 만든 국민들의 개혁열망 및 민노당 전담기자를 늘리고 있는 언론사 전반의 분위기와 배치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경제지들은 민노당 진입으로 올해 춘투에 진통이 예고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 19일자 1면 ‘노동계 요구 수위 높아진다’, 같은 날 헤럴드경제 1면 ‘CEO절반 “향후 노사관계 불안”’, 매일경제 1면 ‘올 춘투 심상찮다…노동계, 민노당 원내진입 불구 강경 입장’ 등이 대표적.
한국경제는 이날 1면에서 “민노당의 국회 입성을 계기로 노동계가…핵심 쟁점을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헤럴드경제도 3면 ‘민노당 의회진출 거센 “노풍” 우려’ 기사에서 노사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와 관련 “17대 총선을 통해 개혁과 진보성향을 지닌 정치신인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원내로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지들은 또 민노당의 원내진입이 확정된 16일부터 민노당의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재계의 불안한 표정을 담아내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매일경제는 16일자 기사 ‘시장경제 지켜져야 할텐데’에서 “재계는 열린우리당의 압승과 민주노동당 선전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경총 등의 우려의 목소리를 인용·나열했다. 파이낸셜뉴스도 같은 날 ‘민노당 부상에 떨고 있는 경제 부처·기관들’에서 “민노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하면서 관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경제지들은 민노당의 약진으로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 선회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매일경제는 20일 ‘4·15총선을 넘어 이젠 함께 뛰자’ 시리즈 ‘④노동계 국회 진출’에서 “민노당의 노선은 성장보다는 분배우선이지만 이는 정부나 재계에 대한 ‘협력의 실종’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 같은 갈등구조가 계속되면 이는 곧 민노당의 한계로 각인돼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민노당 김종철 대변인은 “경제지나 재계에서 걱정하는 바는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며 “노동쟁의의 경우 원내에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에 재벌들의 분배 의지만 전제된다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