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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주간동아·YTN 혈액관리 문제점 추적 '공동수상'

후보작 풍성, 대구MBC 예비후보 토론 돋보여

기자상 심사평  2004.04.28 1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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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경향신문 신문발전연구소장





제163회(2004년 3월) 이달의 기자상은 예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하다는 것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특징이었다. 전체 출품작이 42편으로 결코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1차 예심을 통과, 2차 심사대상에 오른 기사도 평소와 비교해 많은 23편에 이르렀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이 고심한 기사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상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희소가치를 지키려 갖은 애를 썼으나 다른 때 보다 많은 10편의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 `여택수씨 롯데 돈 3억원 열린우리당 창당자금 의혹’은 보도 직후 정동영 열린우리당의장이 호화 당사를 허름하기 짝이 없는 농산물 공판장으로 옮기도록 긴급 지시할 만큼 총선정국에 파장이 컸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초 보도 당시 1면 머리기사로 올리지 못한 데스크의 판단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음날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이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따라올 정도로 위력적이었다는 사실이 약점을 덮고 남았다.

취재보도부문에서 9개 출품작 중 3편이나 선정된 것은 대한적십자사의 부실혈액관리를 취재한 동아일보 주간동아팀과 YTN 기동취재팀이 나란히 수상한 데 큰 까닭이 있다. 연속보도 형태를 띤 두 팀의 작품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관리에 엄청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에 경종을 울리고 감사원 감사와 관련 간부들의 문책까지 이끌어내는 데 각기 다른 방향에서 기여한 공로가 인정받았다. 주간동아팀은 `수혈로 인한 B·C형 간염 최초 확인’ `수혈감염 추적조사는 면죄부용’ 등 특종 시리즈를 엮어냈다. YTN은 `수혈감염자 축소 의혹’ `에이즈 수혈 감염자 199명 방치’ 등 3월에만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단독기사로 부실혈액관리 문제점을 일깨웠다. 특히 YTN 팀은 지난해에도 이 현안을 끈질기게 추적해 몇 차례 이달의 기사상과 한국기자상 후보로 추천을 받았으나 아깝게 탈락하곤 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CBS의 `고속철 기계결함 축소검사 지시 의혹’이 전 분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됐다. 이 기사는 다른 언론이 고속철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을 당시 유일하게 개통 직후 이어질 각종 사고를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경고하고 나선 수작이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마산 MBC의 `창녕 집단괴질 발생’은 괴질과 수질의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한 지역주민이 비슷한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장을 고발해 보건당국과 사회에 경고음을 울린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광남일보의 `친일행적 실린 영인본 발굴-총독부 선정 353명’은 전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인용, 보도할 만큼 파문이 일었던 사실이 호평을 얻었던 기사다. 이 작품이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총독부 명단에 실린 사실 하나만으로 무조건 친일파로 일괄 규정해 신중하지 못한 보도태도를 보였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뽑힌 광주일보의 `나주배 중국재배 실태’는 중국상품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위기 속에서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이 중국 현지에서 같은 품종·품질의 배를 재배해 지역특산물을 위협하는 현장을 찾아내 보도한 역작이라는 품평이 많았다. 인천일보의 `수도권 매립지 10년, 비극은 시작됐다’도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고발한 점이 주목도를 높였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 단일후보로 출품된 `대구 MBC의 총선 예비후보 TV토론’은 포맷의 참신성과 기획의 차별성은 부족했으나 시청지역의 모든 예비후보에게 참여기회를 부여, 17대 총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 `후보에 관한 정보부족’을 해소해 준 모범 사례라는 점이 수상작으로 뽑히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인 연합뉴스의 `조순형 대표직인의 서로 다른 추천서’는 민주당 내분 사태를 상징적인 사진 한 장으로 보여준 데다 모든 신문이 빼놓지 않고 실었을 정도로 이론의 여지가 없이 선정됐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한강 투신’을 특종 보도한 CBS와 `이광우 기자의 의료현장에서’가 추천한 부산일보는 남다른 노력이 돋보였음에도 각각 단순 속보성과 차별성 한계 등으로 인해 안타깝게 탈락하는 비운을 감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