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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 기자는 기사제조기?

주당 리포트 4~5건…심층기획 한낱 '꿈'

조규장 기자  2004.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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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즘 구현 속모르는 말”





지역방송사들의 기자 충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분권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지만 정작 이를 선도해야 할 지역방송사들은 보도국 인력부족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취재기자들은 대개 7~13명. 이들이 매일 소화해야 하는 지역뉴스는 짧게는 40분에서 길게는 60분에 이른다. 일주일에 기자 당 평균 4~5건의 리포트를 해야 하고 매일 2~3건의 단신을 올려야 한다. 게다가 지역KBS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방송사들이 주간 보도제작물을 제작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매년 수차례 다큐멘터리를 별도로 준비하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기자들이 토론회를 준비하고 관련 기획물도 직접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신입기자 충원 역시 마찬가지. 진주MBC의 경우 2000년 이후 신입기자를 뽑지 않았다. 대전방송도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수습기자를 선발하지 않았다. 대구방송도 올해 수습기자를 4년 만에 충원했으나 대구방송의 광역화로 구미, 포항, 안동의 취재본부에 이들을 파견하게 돼 인원증대로서의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지역KBS의 경우 본사 기자들이 1년 단위로 2~3명씩 순회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입기자는 1996년 이후 지난해 말에서야 7년만에 충원됐다. 최근 한 지역민영방송이 기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겠다고 밝혀 내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로컬리즘 구현은 속도 모르는 말”이라는 등 지역방송사 기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불만은 단순히 업무량이 많은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도에 충분한 노력을 들일만한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보도 질 저하에 대한 우려와 닿아있다. 일일뉴스도 소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지역현안에 대한 심층적인 기획보도는 아예 생각조차 힘들다는 것. 실제로 주간 보도제작물의 경우 아이템을 정하기 위한 사전 취재가 거의 불가능하고, 데일리뉴스의 경우에도 반복 보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때문에 지역 방송사들의 경우 계열사간 네트워크를 통해 기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방송의 인력충원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MBC 기자들은 회사가 재정적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본사의 경영평가가 지역 경영자들에게 인력충원에 대한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영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지역민방 기자는 “민방의 경우 IMF 이후 흑자폭이 커졌기 때문에 인력부족을 단순히 재정적 이유로 볼 수는 없다”며 “주주들이 대부분 기업인들이기 때문에 기자직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효율성만 강조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