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챙겨야 할 사람도 많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5월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어디론가 숨고 싶은 한 달이다.
맞벌이 부부로 남편과 아내가 모두 기자를 직업으로 두고 있는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아이를 유치원에서 막 데리고 나오는 길이었다. 현재 중앙일간지 국제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 기자는 “국제부에 지원할 때 가정 생활을 염두 했었다”면서 “타부서 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기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큰 장점이 되지만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단점이 되기도 한다”면서 “회사에서 탁아소라도 하나 운영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서울 시경캡인 10년 경력의 김모 기자는 “맨날 야근에 술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처지에 아이들과 아내의 불평이 많다”면서 “나름대로 외식도 하고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주려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은 아빠를 용돈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고 아내는 나더러 ‘독립군’이냐고 표현할 정도”라면서 “해외 연수 제도가 적어 늘 경쟁이 치열한데 다양하게 활성화되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지에 근무하는 기자도 가정 충실도 점수가 낮기는 마찬가지다. 증권부 장모 기자는 “종합지 정치부, 사회부 기자들에 비하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직업의 특성상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기는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가족에 가장 미안한 건 아이들과 같이 못 지내고 아내를 많이 못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 날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고 휴가도 마음대로 못 내는 게 기자 아니냐”며 “기자의 직업적 특성상 그 정도는 집에서도 이해해 주고 스스로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호남지역의 김모 기자는 “노동강도는 다를 바 없지만 지방지 환경이 열악한 나머지 급여차이가 심해 대다수가 맞벌이 부부”라면서 “작년부터 놀이동산 가자는 아이들의 말에 시간이 없어 엄두도 못내는 게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 석간신문 여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인 이미지가 많이 약해졌다”면서 “아이들이 엄마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할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오래전에 잊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한편 한국언론재단이 조사한 ‘2003년 언론인 하루평균 근로시간’에 따르면 평균 9∼10시간이 27.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1∼12시간이 2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