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나라당 언론보도 과잉대응 '눈쌀'

'정부가 언론 장악'주장 국제기구에 서한 보내 출입 기자들도 냉담

이경숙  2000.11.07 00:00:00

기사프린트

'언론문건' 대응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준 언론관에 기자들이 눈쌀을 찌뿌리고 있다. 야당이 언론에 피해의식을 갖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한나라당의 반응은 과거 여당시절의 한나라당이나 야당시절의 국민회의와 비교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들이다.



기자들은 우선 '과잉대응'을 문제로 꼽았다. 한나라당은 지난 31일 한국 정부의 언론통제 진상규명을 요청하면서 IPI(국제언론인협회) WAN(세계신문협회) IFJ(국제기자연맹) 등에 공식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2일엔 언론문건 사태 관련 편파, 왜곡보도를 한다며 SBS에 항의방문했다.



이에 대해 언론보도는 '정부통제 운운하며 한국 언론을 근거없이 비방하는 것이 제1야당의 올바른 자세냐(한국일보 11월 2일)', '한나라당이 본질을 중시한다면 사건의 본질이 명명백백 드러난 뒤에도 언론이 왜곡보도를 할 경우 국제단체에 서한을 보내는 게 맞는 수순(동아일보 11월 1일)', '정정보도 요구라는 법적 절차 없이 편파보도를 이유로 SBS에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인 것도 과잉대응이라는 평(한겨레 11월 3일)' 등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기자들은 서한 내용 중 특히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미 정부의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언론들이 대통령과 권력의 언론통제라는 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부측 주장을 주로 보도하고 있다'는 대목에 크게 반발했다.



서한 내용대로 한국 언론이 '관제언론'이라면 이른바 '언론문건' 파문을 그렇게 대대적, 심층적으로 보도했겠냐는 것이다.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하순봉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일 "원문 번역과정에서 비롯된 잘못이 있었다"고 사과했지만 기자들은 '치고 빠지는 것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방송사의 한 정치부장은 "자기에게 불리하면 편파보도고 남에게 불리하면 괜찮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과거 국민회의도 야당시절 언론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곤 했지만 그땐 선거에 임박해 실질적인 편파보도가 있었던 상황"이라며 "요즘엔 오히려 여야에 산술적 공정성을 지키느라 언론이 한나라당의 진짜 문제점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여권 편향을 우려하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언론문건 폭로 이후 계속된 말 바꾸기와 정부통제 운운한 서한 건 때문에한나라당기자실 분위기조차 썰렁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기자는 "한나라당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언론대응보고서라도 써서 알려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국제언론단체에 서한을 보낸 것은 규탄대회, 장외집회처럼 대국민 홍보수단의 하나"라며 "지금은 이강래 전 수석의 고소에 따른 검찰 수사로 단편적 사실만 드러나고 있어 기자들의 반응이 냉담할지 모르나 국정조사가 시작돼 진실이 밝혀지면 기자들도 우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