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우리의 주장] 노동절과 언론노동자

우리의주장  2004.05.06 11:50:04

기사프린트

`무조건 쉬고 싶다.’ 이렇게 호소하듯이 유독 `휴식’을 갈망하는 직업인들이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언론 노동자다. 휴식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생존권적 기본권인데 그것조차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노동자들에게 휴식의 부재는 이제 안타까움을 넘어 생명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문제는 이미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철폐 등과 맞물려 언론계의 노동현안이 됐다.

언론사들은 대부분 113주년 `세계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휴무를 실시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은 게 아니라 마침 그 날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노동절에 뒤이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등도 공휴일과 무관하게 `교대 휴무’(절반 근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게 오늘날 한국의 언론사들이다. 다시 말해 `가정의 달’인 5월도 언론인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론노동자들은 그간 영락없는 노동자이면서도 특성상 시급을 다투고 중단이 없어야 하는 정보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쉴 권리를 묵살 당해왔다. 그런 결과, 가까이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전문인으로서도 재충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이르렀다. 나아가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언론노동자들이 많았다. 최근 몇몇 특파원들과 법조 기자들의 사망 사건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처럼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다 보니 불행히도 언론인들은 많고 많은 직업군 중에서 가장 `조로(早老)’하는 직업인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언론노동자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그간 언론사들이 자유시장 논리를 빌미로 상살(相殺)의 무한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 노동자들은 `언론계는 원래 그런 것’이라거나 `방송시간이나 지면을 늘리려면 불가피하다’는 사측의 논리에 굴복당해왔다. 매체가 급증한 1990년대 초부터는 이 같은 악조건이 보다 구조화됐다. 특히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에는 불문율을 깨고 `신문의 날’(4월 7일)에도 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행여 추석·설날 연휴가 있으면 반드시 영업일수를 채우기 위한 토·일요 근무가 뒤따랐다. 일부 언론사는 임금 우위를 앞세우며 생산성만을 부추겼다. 외국의 선진 언론사들처럼 충분한 인력을 확보, 휴일과 평일근무 인력을 따로 갖추는 등노무환경 개선에 혼신을 기울인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신문의 날’은 고사하고 `창사기념일’에 조차 쉬지 않는 곳은 오직 언론사 밖에 없다”는 말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노동자들은 요즘 자신이 멀지 않아 `즙 짜낸 쭈굴탱이 오렌지가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부모·자식 노릇 좀 제대로 하고 싶다’는게 가장 큰 소원이 됐다. 쉬지 않고 질주하는 기관차도 언젠가 기름이 고갈돼 멈추게 된다. 그 당연한 진리를 외면한다면 한국언론은 불행의 늪에서 벗어날수 없다. 이제 각 언론사와 언론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언론서비스의 질적 진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노동조건 개선 문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 그것은 물론 향후 추진될 언론개혁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