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비정규직의 단체행동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송사 비정규직 종사자 중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타 업종의 비정규직에 비해 단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직화도 미비하고 종사자들의 다수가 용역이나 일용직의 형태여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같은 조직화의 어려움은 고용불안에 따른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방송사에 대한 ‘눈치보기’와 용역업체와의 계약에 대한 방송사의 ‘절대적 우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교섭이 보장돼 있지만 용역업체를 통해 종사하는 경우 교섭과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방송사에 대해 교섭을 신청할 경우 방송사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부인할 수 있고, 파견회사에 신청할 경우 언제든 ‘경영상의 긴박함’에 따른 정리해고와 폐업신청이 가능해 경제적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교섭을 신청하면 방송사들은 언제든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합법적인 파업조차 불가능하다.
실제로 2000년 7월 KBS에서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들이 낸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해 노동부는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시정을 명했으나 KBS는 직접고용과 완전도급 중 어느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파견을 선택했다. 당시 법원이 “KBS에 직접고용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도 파견회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용역업체였던 대한카독크가 결국 폐업을 신청함으로써 해고자들은 아무런 실익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처럼 노동3권 보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전무하다. 정부는 오히려 26개 사업장으로 제한돼 온 ‘파견을 할 수 있는 사업장’에서 ‘파견을 할 수 없는 사업장’으로 규정을 바꿔 제한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시장도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의 증감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노동계는 사실상 파견직의 전면적 확대로 보고 있다.
한편 KBS노사의 3월 8일 차량부문 파견근로 도급전환 합의와 MBC imnews 비정규직 5명의 도급전환은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양사 모두 비정규직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지 못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단초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는 평가다.이에 따라 방송사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우선 정규직노조 가입에 대한 제한들부터 철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언론노조 김성근 조직부장은 “비정규직의 조직강화는 물론 정규직과의 공동임단협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게 문제해결의 급선무”라면서도 “단위사업장에만 맡기는 것으로 문제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차별금지법’의 마련 등 전사회적인 차원에서의 구조적인 해결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