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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마감 때 걸려오는 전화

김신용 기자  2004.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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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저는 누구인데요. ○○○기사 말이죠. 회사입장도 있고 저를 봐서라도 잘 부탁합니다.”

최근 본보 마감 때 항변성 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 부드러운 어필에서 읍소형 부탁까지 유형도 갖가지다. 아예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곤란하다는 협박성 전화도 있다.

이러한 전화를 하는 기자는 대개 전·현직 기협 지회장 또는 노조위원장 등 간부급이 많다. 물론 경영기획실장 등 회사중책을 맡고 있는 고위간부도 더러 있다. 이들은 본보기자는 물론 편집국장, 회장에게까지 전화를 해 기사 부탁을 한다.

기자 또한 이러한 전화를 자주 받는 편이다. 지난호 마감 무렵에는 무려 5건의 전화를 연이어 받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신문 기자들은 상식 밖의 부탁을 하기도 한다. 민감한 기사일 경우 제목이 어떻게 나왔으며, 기사 밸류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보의 편집방침은 확고하다. 새삼스럽지만, 팩트가 확인된 기사는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게재한다는 것이 본보의 방침이다. 이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여하한 압제에도 뭉쳐 싸운다’는 기협 강령에 충실함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본보는 전국 1백38개 신문·방송사 기자 1만2천명과 수천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독자로 두고 있는 고급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책임을 지고 있다.

필자가 오히려 기협 회원 선·후배 기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제발 “비굴하지 말라”고 말이다. 권력과 사주에 아부하면 기자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은 사라진다. 기자는 로비스트나 샐러리맨이 아니다. 본보에 기사를 “빼 달라”고 하기 전에 한 번쯤 기협윤리강령을 읽어 주시길 바란다. “언론자유수호와 공정보도” 부분을 말이다.

앞으로는 “제발 이것만은 써 달라”는 제보전화가 쉼 없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