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자 문화일보 이신우 논설위원의 시론 ‘매스컴 감상법’이 인터넷을 비롯, 문화 기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일자 사내 심의팀은 이례적으로 29일 심의일지를 통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 위원은 언론계 선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시론을 통해 “오랫동안 구독해오던 중앙일보 대신 평생 비판해온 조선일보로 바꾸기로 작정”했다면서 이에 대한 이유 두가지를 언급했다. 이 위원은 첫 번째 이유로 “중앙일보가 예전과 달리 논조가 흔들리고 뒤로 빠지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는 개인적 판단”을 들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의 조선일보 몰아내기 움직임이 완전히 ‘캥거루 코트(인민재판)’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라고 꼽았다. 그는 또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에 대한 정면 부정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위원의 시론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조선닷컴은 이날 오후 “조선일보 비판, 인민재판 수준 도달”이라는 톱기사를 올렸다. 미디어오늘도 “문화일보 기자들, 이신우 논설위원 비판”이라는 기사를 통해 사내 기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음을 나타냈고 오마이뉴스는 이 위원의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반박론을 중심으로 언론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일보 기자들로 구성된 사내 심의팀은 오피니언이나 논평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이례적으로 29일 심의일지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심의일지는 서두에서 “회사 안팎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온 글이다. 심의팀에서는 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노골적인 시론이 문화일보의 ‘전략적’ 스탠스나 이해에 합치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중앙일보의 논조가 흔들리고, 뒤로 빠지려는 기색이 역력한 것은 중앙일보의 소신 못지않게 그 신문의 생존을 위한 전략(그게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건)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만 해도 상업적인 이해를 전략적이면서도 노련하게 강약을 조절하고 세련되게 포장한다는 점에서 여타 신문과 큰 차이가 있다”고 썼다. 심의팀은 일지 말미에서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의 전략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문화일보 한 기자는 “시론 내용이 잘못됐다고보지는 않지만 시론을 통해 문화일보 정체성의 현주소가 드러났다”며 “심의에서 지적한대로 신문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