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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심을 꿈꾸는 중국"

한중 기자교류 세미나 참관기

참관기  2004.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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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률 CBS 사회부 차장







중국이 세계다(?).

석달 전쯤 우연하게 식사자리를 같이 했던 중국사업가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중국은 지난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른바 구식제품에서부터 21세기 최첨단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품이 소비되는 세계 유일의 최대 시장이라는 것이다. 13억 인구를 앞세운 세계적 소비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단적으로 느끼게 하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긴축정책 발언 이후 세계 각 국이 “차이나 쇼크”로 비상이 걸린 것을 보면서 중국사업가의 말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의 위상은 경제는 물론이고 국제정치와 스포츠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북한과 미국간의 외교중재자 역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세계무역박람회까지. 장구한 역사의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세계중심으로 떠오르는 형상이랄까...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이하 중국기자협회)가 지난달 한국기자협회 임원 대표단을 초청해 이뤄진 한중기자교류에서도 이처럼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한중기자교류는 베이징, 옌타이, 난징, 상하이 등 네 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됐다. 하나는 중국의 역사유적지와 경제발전상을 둘러보고, 또 하나는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는 한중 기자 세미나 개최와 상해 임시정부청사 방문이었다.

우선 이번 세미나의 외형상 목적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상징되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한중 양국 언론인들의 교류협력 강화에 있었다. 세미나는 난징의 신화일보사에서 개최됐다. 난징은 1937년 12월 일제로부터 30만명에 이르는 양민대학살이 빚어진 곳. 중국은 당시를 국가적 치욕으로 여기고 있고, 한국 또한 일제의 식민지였던 만큼 일본의 우경화를 저지하기 위한 한중 기자세미나 장소로 난징은 제격이었다. 양국 기자들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망언, 정치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당성 등을 엄중 규탄하고 세계 언론인들과 함께 일본의 재무장을 저지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의 네 개 도시 방문은 주마간산격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그 곳의 물”을 접하면서 중국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먼저 베이징에는 강이 없었다. 대신중난하이라는 호수와 자금성 내부를 흐르는 옥대하가 있었다. 옥대하가 명,청 왕조의 장대함을 보여준다면 중난하이는 주변에 들어선 중국공산당과 정부 주요기관을 통해 오늘의 중국의 위상을 뽐냈다. 산동성 발해만의 옌타이에는 넘실거리는 황해가 경제기술개발구로 부상하고 있는 옌타이의 내일을 보여주었다. 옌타이의 전체 외자분포 가운데 한국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46%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은 최고의 투자유치국 대우를 받고 있었다. 난징의 장강(양쯔강)은 4천6백미터 길이의 장강대교를 통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비옥한 농토의 젖줄인 동시에 남경대학살로 피로 물든 아픈 과거를 안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하이의 황포강은 마천루 숲을 이룬 푸동지구를 감싸고 흐르면서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발돋움한 동방명주의 오늘을 말해주는 듯 했다.

이번 한중기자 교류세미나에서 느낀 점은 무엇보다도 세계 중심을 꿈꾸는 중국에 대한 부러움과 두려움이었다.“동부 대진흥”과 “서부 대개발”을 모토로 한 중국의 경제발전을 보면서 정치에만 발목이 잡혀있는 우리의 오늘이 답답하기만 했다. 상하이 임시정부청사에 걸려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이 쓴 “양심건국”이 언제부턴가 새롭게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의 간판이 되다시피 했다. 달라지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새롭게 출발할 우리 정부 여당에 양심건국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의 중심을 꿈꾸는 중국을 그것도 바로 옆에서 팔짱만 낀 채 바라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