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진입으로 정치세력화의 발판을 마련한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그간 비정규직 논란의 ‘사각지대’로 알려진 방송사에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비정규직 문제가 이미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지만 방송사들의 경우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어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파견 근로가 2년을 초과할 경우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으로 2000, 2002년에 이어 올해에도 방송사 파견근로자의 대량해고가 예고돼있다는 점도 이 같은 진통의 큰 축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게다가 방송시스템의 특성상 비정규직 업무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직종이 분산돼 있는데다 해결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2∼3%. 그러나 방송의 경우는 방송사비정규노조와 MBC 계약직노조, 대전MBC·부산MBC 계약직노조 등을 포함해 0.7%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KBS노사가 지난 3월 파견형태의 차량직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자회사인 KBS 비지니스 소속으로의 전환에 합의했지만 비정규노조는 합의주체로 나서지도 못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임단협 우선 과제로 각 단위에 지침을 내린데 이어 KBS와 MBC 등 방송사 노조들도 올해 이 문제에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KBS가 촬영기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혀 내부 논란이 있었던 것은 물론 SBS도 라디오본부 기술팀에 2년 임시직을 채용해 노조의 반발을 사는 등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채용 확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000년 KBS에서 해고된 방송사 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은 올해 해고 예정자들에 대한 고용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방송사 고용 형태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실시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대외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신문사 비정규직의 조직화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MBC 계약직노조도 오는 6월까지 예정된 4명의 한시계약직 해고와 관련해 6일부터 시위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한시계약직 해고에 대한 기준마련과 상시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언론계 관계자는 “사회의제를 설정해나가는 언론이 막상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극히 무관심한 것 같다”며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종사자와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