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기자를 소재로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현직 기자들은 과거 날카롭고 정의감의 상징으로 묘사됐던 기자 직업과 달리 요즘 드라마는 인간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MBC 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주인공 명세빈의 직업은 방송기자다. 10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2004 인간시장’에서도 조연으로 등장했던 박지윤의 직업이 인터넷 신문기자였다.
MBC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일에만 매달려 사랑의 기회를 놓친 30대 여기자. 드라마는 주인공의 털털한 성격을 여방송기자의 취재, 촬영 등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드라마의 작가 김인영씨는 주인공을 방송기자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30세 전까지 일에만 몰두하고 성공을 위해 노력했던 여자가 자연스레 따라올 줄 알았던 사랑에 있어서 갈등을 겪는 직업군으로 방송기자가 가장 적합했다”며 “평소 방송기자 직업을 매력있게 느껴왔었고 캐릭터 설정 후 실제로 여자 방송기자를 만나봤을 때도 귀엽고 따뜻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어졌던 기자들은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였다”면서 “야근, 취재, 촬영 등 현실적인 모습과 기자들 역시 인간적인 고뇌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의 성격상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노경진 기자는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친구들 만나 수다떨기도 하고 여기자들 사이에서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면서 “드라마에서 기자 이미지를 과거처럼 정형화시키는 것보다 기자들의 다양한 개성을 드라마에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김남중 기자는 “기자를 신비화시키지 않고 평범한 직업인으로서의 감정, 사회활동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드라마 보다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에 등장한 인터넷 신문기자의 경우는 MBC와 달리 기자의 일상보다는 직업적 사명감이 부각됐다. 이 드라마의 극본을 맡았던 장영철 작가는 “기자로 나온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조연이었지만 주인공의 힘만으로 불의를 무너뜨릴 수 없는 한계를 결정적으로 극복시켜 펜의 힘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며 “기자의 전문적 모습을 다룬 부분이 적었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조경복 기자는 “드라마에서 인터넷 신문기자라는직업을 등장시킨 것에는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사회부 기자의 모습에서 내용상 설득력을 느끼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