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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편성 의무비율 '고통'

시청률 경쟁·SBS와 관계설정 난제

김창남 기자  2004.05.19 1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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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방 개국 9년 진단





부산방송 대구방송 대전방송 광주방송 등 지난 95년에 처음 개국한 ‘1차 지역민방’ 4개 방송사가 14일 개국 9주년을 맞았다.

지역민방사들은 지난 9년 동안 지역밀착성 뉴스를 개발하는 등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역문화창달을 구현하기 위해 개국한 지역민방은 자체편성비율에 묶여 로컬리즘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편성비율

지역매체로서의 올바른 기능을 위해 설립된 ‘1차 지역민방’은 자체제작과 외주제작을 포함해 자체편성비율을 의무적으로 30%이상 지켜야 한다. ‘1차 민방’ 중 자체편성비율이 가장 높은 부산방송의 경우 35%를 자체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둔 민방에 있어서 보도나 교양프로그램만으로 자체편성비율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동원하는 방안이 스포츠중계나 지방의회 생중계다.

민방 관계자들은 지역문화 창달을 취지로 의무조항으로 만들었던 ‘자체편성비율’이 오히려 로컬리즘을 옥죄고 있다고 성토한다. 자체편성비율에 지키기 위해 외주제작에 치우친 나머지 저급 프로그램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신건호 광주기자협회장(광주방송)은 “방송위원회에서 자체편성비율을 30%로 강제하다보니 저예산 프로그램이나 저가 외주 프로그램 등 부실화 소지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자체편성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체제작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청률 경쟁

지역민방은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동시에 KBS MBC 등 공영방송과 달리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민방은 시청률 경쟁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청률은 곧 광고 단가를 결정하고, 광고비는 민방의주요 수입원이기 때문. 특히 주주들은 기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공적업무보다는 경영논리로 접근, 시청률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애로사항은 지역뉴스를 아무리 공들여 만들더라도 KBS, MBC 양 방송사의 저녁 일일연속극 인기에 따라 일희일비한다는 점.

대구방송 김대연 기협 지회장은 “중앙방송사의 드라마가 상종가를 칠 경우 시청자의 시청습관 때문에 9시 뉴스까지 이어진다”며 “이러한 시청습관은 결국 시청률로 이어져 지역민방 종사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SBS와 관계설정

지역민방의 또 다른 고민은 SBS와의 관계 설정이다. 지역민방의 입장에서 로컬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자체편성비율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제작에 대한 비용뿐 아니라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지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는 점도 그들에게 있어서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지역민방은 위험을 안고 자체제작하기 보다는 SBS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 방영하는 것이 시청률이나 광고단가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종국에는 지역민방을 도태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철규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부산방송)은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결국 지역민방은 도태돼 최소 인력만 남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체제작과 공동제작, 공동판매 등을 통해 지역민방의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