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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조중동의 KBS 보도

김신용 기자  2004.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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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동아, 조선일보가 감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KBS 때리기’에 나섰다. 마치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동아, 조선은 22일자 1면에 ‘KBS 방만경영 … 방송법 고쳐라’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았다. 관련기사도 조선은 1개면, 동아는 2개면에 걸쳐 할애했다. 더구나 조선은 외부칼럼과 사설을 통해 KBS를 통렬히 비판했다.

이 정도면 이들 신문이 KBS비판에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였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여러번의 회의과정은 물론이요, 원고에 대한 수정 및 재수정 작업을 적잖이 거쳤을 것이다. 실제로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은 물론 그래픽과 사소한 자구하나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결국 KBS의 내부혁신 작업을 도와준 셈이 됐다. 마치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 됐다는 말이다.

실제로 KBS는 개혁추진단과 정책기획센터를 필두로 내부개혁 작업을 면밀하게 진행해 왔다. 정연주 사장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있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내부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기자 PD 행정 기술직 등 각 직종간 이해관계가 얽혀 개혁드라이브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정 사장으로서는 감사원 결과를 토대로 ‘개혁명분’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감사원 결과를 손꼽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보수신문들이 KBS 개혁의 필요성을 목청껏 외쳐준 것이다. KBS 직원들도 “조·중·동이 큰 동력을 제공해 줬다”는 반응이다. 또 “비록 감사원이 일부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환부가 곪기 전에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직원들의 시각이다.

이제 KBS는 그동안 추진해온 조직정비와 지역국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인력정비도 명분을 얻었다. 직종, 직급간 이해관계로 논란을 빚은 팀제 전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KBS에게 개혁의 대의명분을 북돋워 준 보수신문들의 이후 반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