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인력 퇴출구조가 없는데다 갈수록 조직이 노쇠해지고 있어 강력한 인력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간부급들이 뚜렷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더라도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명예퇴직제 등 인력퇴출에 관한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기술직 행정직 기자직 PD직 등 직종별로 ‘직종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어 사규 등 구조조정이나 제도마련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구나 직원들은 정연주 사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조직 장악력’이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다, 남은 2년의 임기동안 개혁을 이뤄내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팽배해 있다. 따라서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방대한 조직내부를 정비하려면 사장이 조속한 시일내에 인사와 예산권을 제대로 장악해야 하는 실정이다.
감사원과 KBS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인력은 부장급 이상의 전문위원직. 현재 기술위원(기술) 해설위원(기자) 심의위원(PD) 경영위원(행정) 등 각 위원은 모두 1백여명으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감사원의 ‘KBS경영특감’결과에서도 상위직 국장의 경우 정원(95명)보다 24명이 더 많았으며, 부장급도 정원(3백6명)에 비해 33명이 더 많았다.
이와 함께 PD의 경우 외주제작이 전혀 없었던 때보다 인원이 오히려 증가돼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프로듀서연합에 따르면 KBS PD의 총수는 지역국과 라디오를 포함해 8백여명. 외주제작비율도 1992년 5%이던 것이 2000년에는 35%로 늘어났다.
하지만 PD연합회에서는 “낮방송과 심야방송 증가 등 방송 총시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 프로그램 수가 늘어났다”며 오히려 증원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행정직도 구조조정이 제기된 직종중 하나이다. 사실 KBS는 행정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직종의 직원들은 최종 결재까지 3∼6단계의 결재라인을 거쳐야 하는 등 지나치게 관료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타직종에 대한 각종 통제가 심하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조직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인원을 계속 뽑아왔다는 것이다.
기술직의 경우도 ‘인력 감축론’에서 예외는 아니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이 자동화되고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은데 인력 배치는 여전하다는것이다. 다른 방송사들은 아웃소싱을 하는데도 KBS는 유독 자체 기술인력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 다른 직종군 직원들은 “KBS노조원 중 기술직 노조원이 가장 많아 경영진조차 눈치를 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KBS 이사회가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관이 될 수 있도록 11명의 이사 중 경영회계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KBS 출신(현재 3명)은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고키로 했다.
KBS 육경섭 인력관리실장은 “이번 감사원 결과는 당초 추진하려 했던 조직정비 방향에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7월 1일을 목표로 팀제 전환을 추진하면서 지역국조정과 인력의 효율성 강화를 세밀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