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일보 기자 7∼8명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타 언론사로 이직한 가운데 매일경제 기자 10명도 최근 6개월 사이 이직 및 전업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이 밖에 다른 중앙일간지는 물론, 경제지 스포츠지 지방일간지 등도 신문 산업의 위기와 함께 이직과 전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언론계 현황
신문 산업은 매체 영향력 하락과 함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2002년 무료신문 등장 이후 신문판매는 물론, 광고시장에 있어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디어경영연구소(소장 주은수)가 조사한 ‘2003년 신문·제조업 경영지표 비교’에 따르면 신문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대비 -8% 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스포츠지 -9.8%, 종합지 -9.5%, 경제지 -8.6%, 지방지 -4.9% 등이었다.
또 한국언론재단(이사장 박기정)이 지난 2003년 발간한 ‘한국의 언론인 2003’에 따르면 조사대상 언론인 7백13명 가운데 52.2%가 언론전반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만족한다’는 10.5%에 불과했다.
왜 떠나나?
최근 한국일보 매일경제 굿데이 등에서 신문 기자들의 이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신문사의 경영난과 기자직에 대한 회의가 그것이다.
한국일보의 경우 경영악화에 따라 최근 7∼8명의 기자가 동아 매경 조선 중앙 등 다른 언론사로 이직했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스포츠지 역시 경영악화로 많은 기자들이 이동했다.
굿데이 기자 5명은 경영난의 이유로 회사를 떠나 일간스포츠 한국스포츠 등으로 이동했으며, 일간스포츠 기자 2명도 최근 연합뉴스와 한 광고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스포츠조선과 스포츠서울은 지난 3월과 4월 각각 우대퇴직과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가운데 스포츠조선 기자 7명과 스포츠서울 기자 4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경영사정이 안좋은 K사 H사 G사 기자 3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계산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K사 기자가 돈을 냈다’식의 유머가 떠돌 정도로 일부 회사의 경영상태가 최악이다.
굿데이에서 이직한 한 기자는“경영진이경영악화와 관련해 조직원들과 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연봉삭감안을 던져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분노’였다”며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회사의 경영난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실망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떠나는 기자’의 또 다른 이유는 기자직 자체에 대한 매력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최근 ‘웰빙’바람과 함께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자직이 3D 업종으로 취급받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매경은 최근 6개월 사이 다른 언론사로 이직한 기자는 4명인데 반해 전업을 선택한 기자는 6명에 이른다.
지방지 상황은 더욱 열악해 ‘이직 및 전업 러시’가 연례행사처럼 된 지 오래. 창간 4주년을 맞이한 한 지방지는 창간 멤버 3분의 2가 교체될 정도로 이직 및 전업 현상이 보편화됐다. 지방 유력지인 국제신문도 최근 6개월 사이 기자 3명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유로 전업을 선택하는 등 대부분 지방신문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비현실적인 처우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
최근 전업을 선택한 김백남씨(전 매경 기자)는 “언론환경이 열악해지고 과거와 달리 기자들의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며 “기자들도 점점 샐러리맨화 되면서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직종의 회사로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위 반응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듯 기자들의 이직과 전업 또한 ‘개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기자들은 앞으로의 언론환경에 대해서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이직 및 전업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 선·후배에 대해서 무조건 만류만 할 수 없는 게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언론사 데스크들은 예전과 달리 ‘능력이 되면 알아서 떠나라’라는 식으로 후배 기자들의 이직을 묵과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14년차 기자는 “다른 회사와 달리 재무구조나 급여도 괜찮은 편인데 5∼10년차 기자들이 최근 6개월 사이에 많이 떠나 회사 측에서도 곤혹스럽게 생각한다”며 “웰빙 붐과 함께 복지수준에 대한 기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