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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보도 순간에도 오보 불안감

16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소감

수상소감  2004.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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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KBS 베이징 특파원



오보가 두려웠다.

2년전 연말 어느 날 오보 때문에 술잔을 기울이던 생각이 난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르면 11월 방중한다는 보도(9시 뉴스-10월 10일)를 했는데 한 해가 저무는데도 올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극비방문을 안다는 것은 어떤 기자도 불가능하다며 자위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오기가 솟아났다. 김 위원장은 반드시 중국에 오고 또 세상엔 비밀이 없다며 특종 전의를 다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 초 김 위원장의 방중 소문이 돌았지만 내노라하는 소식통들도 잘 몰라 제대로 기사를 쓸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이 두 차례 극비 방중했을 때도 귀국 전까지는 정부는 물론 언론조차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는 나라 중국에서 이런 취재는 정말 어려웠다.

특별열차가 통과하는 단둥의 소식통도 깜깜 소식이었다.

그러다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선발대로 추정되는 북한 관리들의 중국 입국 소문이 돌고 평양∼신의주 구간의 철로보수작업 소식도 들어왔다. 1주일쯤 뒤 어느 날 북한의 철로보수작업이 마무리되고 북한과 중국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일부 포착되면서 나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단둥역의 경비가 강화되고 압록강 철교와 단둥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중롄(中聯)호텔이 갑자기 외국인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김 위원장이 머물 조어대의 미세한 움직임도 감지됐다.

이같은 징후를 바탕으로 나는 마음을 졸이면서 기사 작성에 들어갔다. 오보를 막기 위해 진홍순 국장과 나는 서울과 베이징, 단둥, 선양 등의 여러 소식통들과 전화접촉을 하면서 확인을 거듭했지만 이때까지는 오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4월 18일 9시 뉴스의 톱으로 보도가 나가는 순간에도 나는 오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때까지는 어떤 목격자도 없었다.

9시 18분쯤 진홍순 국장에게 걸려온 3∼4초 남짓한 짧은 제보 전화 한 통으로 나는 오보 공포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제보자는 ‘현재 단둥역 통과, 선양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말하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나는 본사 국제부로 연락했고 9시 뉴스 앵커는 클로징 멘트로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 이동상황을 마치 중계 방송하듯 전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전화통과 씨름한 끝에 마지막 순간에 특종의 화룡점정(畵龍點 睛)을 해주신 진홍순 국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장한식·이희엽 특파원과 베이징 지국 직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