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서 지난달 31일부터 4박5일간 일정으로 열린 제57차 세계신문협회(WAN)총회는 국내신문들이 얼마나 ‘전근대적인 틀’속에 갇혀 있는가를 실감케 했다. 한마디로 국내 언론사들은 경영,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세계 88개국 신문인 1천3백여명이 참여한 이번 총회는 독자 수 감소, 뉴미디어 탄생 등으로 인한 신문산업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제시한 ‘세계 신문비즈니스 대회’였다.
세계 언론사 다양한 마케팅 ‘눈길’
이번 총회에 발제자로 나선 THE TIMES, 르몽드 등 각사 편집인들은 모바일과의 접목, 미래의 편집방향, 신문판형의 변화 등 각 주제별로 성공사례 및 전략 등을 발표했다. 또한 각국 신문인들은 디지털미디어 방향은 물론 광고 컨셉, 포토저널리즘, 1면의 편집전략 등 다양한 이론을 소개, 세계 신문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제시한 방안은 모바일콘텐츠 개발, 핸드폰 문자서비스, 홈페이지 활용 마케팅, 타블로이드 판형, 시각적인 편집 등으로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럽지역에서는 타블로이드 ‘열풍’과 전면 칼라화가 증가추세에 있다고 발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는 별도로 인디펜던트,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각국 30여개 언론사들은 컨벤션센터에 부스를 설치,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들 언론사들은 팸플릿은 물론 CD, DVD, 책자 등 다양한 형태의 홍보물을 배포했다.
특히 CNN, API 등 유수의 통신사들도 부스를 설치, 다양한 마케팅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국내 통신사 불참 CNN·API와 대조
외국 통신사와 달리 국내 통신사들은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국 언론사의 부스는 단 한 곳도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단지 내년 제58차 WAN 서울총회를 홍보키 위한 한국신문협회 부스에서 한국관광공사, 한국언론재단 등의 홍보활동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또한 이번 대회는 국내 기자들은 물론 발행인들이 얼마나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는 발행인, 편집인들이 한결같이 능수능란한 영어를 구사하며 주제발표를 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 신문들이 얼마나 빨리 시대변화에 발맞추며 독자와 광고주들을 사로잡고 있는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 일고 있는 이념논리가 아닌실질적인 신문산업 전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신문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다. 시대변화에 뒤쳐지면 생존할 수 없다는 시장원리를 경제학자들보다 잘 아는 듯 했다.
세계 언론은 변화와 혁신 ‘화두’
다행스러운 것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WAN회장으로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발제자로서 대회기간동안 한국 언론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회기간동안 각국 언론사의 인터뷰 대상이 될 만큼 인기가 있었다.
또한 김상훈(부산일보), 최승익(강원일보)사장 등 지방사 발행인 6명이 하루 8시간씩 4일간 계속된 일정을 꾸준히 참관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국내 언론 상황은 정치권 주도의 개혁이니, 이념이니 시끄러운데 세계 언론시장은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이 화두”라고 입을 모았다.
WAN 서울총회 모든 언론사 참여를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청와대, 국정홍보처, 문광위소속 국회의원 등 언론담당 관계자들이 WAN총회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총회에 참관했더라면 언론정책 등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참관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언론개혁의 방향과 국내언론의 세계화에 대한 성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불공정 신문판매시장과 여론독과점 구조라는 한국적 특수상황에서는 언론개혁이 ‘0순위’임에는 틀림없지만, 국민적 공감 속에서 언론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내년 WAN서울총회는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국내의 모든 신문, 방송, 통신사들이 함께하는 전 세계 언론인의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