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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통령 탄핵 TV방송 내용 분석 언론학회 보고서 관련

김예란 한림대 교수·언론학회 연구이사

특별기고  2004.06.16 10: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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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제 방식 최종 보고서 완성

연구자 선정 기준은 ‘전문성’…고민 끝에 방송위 제안 수락





언론학회에서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탄핵방송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가지 이의 제기가 있었으나 다른 기회에 이미 밝혔기에 여기서는 학회가 이 연구사업을 애초에 받아들인 경위, 연구진의 구성, 작업 방식등에 대해서만 설명드리고자 한다.

지난 4월 탄핵 방송 보도의 공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방송 위원회로부터 언론학회에 연구 의뢰가 왔을 때 학회 집행부는 사실 많이 망설였다.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찬반으로 분명하게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건 학회의 입장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정점에 위치한 방송 저널리즘의 원칙을 두고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빚어지는 상황이었다. 지난 80년대 이후 근 20여년간 학계와 방송계가 수많은 세미나와 연구 작업, 토론 끝에 확립한 것이었기에 뜨거운 감자라서 회피한다는 것은 언론학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로서 본분을 저버린 처신이라는 판단에서 방송위원회의 제안을 받기로 했다.

제안을 수락한 뒤 다가온 더 큰 고민은 연구진의 구성이었다. 학회의 관례에 따라 연구 희망자 공모를 냈고 자천, 타천으로 추천된 분들을 대상으로 연구진 구성작업에 착수했다. 학술단체다운 연구진 구성의 기준은 결국 전문성이다. 자천 타천이라는 말에 의혹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자천의 경우가 항상 일차적인 대상이다. 그러나 연구 작업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서 본인의 희망이나 선착순에 의해서만 결정할 수는 없다. 연구 경험이나 경력이 요구에 들어맞지 않으면 기회를 드릴수가 없다. 그럴 경우 누가 이 연구에 적절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지 수소문을 해서 추천을 받는다. 그것이 타천이다. 연구작업이란 것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라 학회가 수행하는 모든 연구에서 연구진 구성은 이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집행부는 이렇게 추천된 분들 중에서 전공 분야를 이리저리 바꾸지 않고 저널리즘 연구를 고수해 온 연구자, 뉴스 분석영역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학문적 업적을 쌓은 연구자를 최적의 기준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양적인 방법론뿐만 아니라 질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와 응용능력을 갖추어야 했다. 탄핵 방송에 관한 논의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가 수치에 기반한 기계적인 중립성의 문제였기에 양적 분석에 의존하는 실증적 방법만으로는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비판적 연구 영역의 질적 분석방법이 필요했다. 프레임 분석과 담론 분석이 그것인데 양적 분석의 전공자는 많지만 질적 분석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연구자는 드물어 연구자 선정이 쉽지 않았다. 자천의 연구자들이 배제된 것은 이같은 기준에 의해서였다. 비교적 학계에 덜 알려진 분들이어서 정치적 성향 같은 것은 알기도 어려웠기에 그런 것이 애초부터 기준이 될 여지도 없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기도 하는데 일일이 여기서 밝힐수는 없으나 연구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하다. 탄핵에 반대했던 분들도 절반 이상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분들의 정치적 성향이 얼마나 연구에 작용을 했을까? 정책적 대안을 내는 연구 같은 경우는 연구자들의 정치적 입장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엄격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현상분석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무릇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이란 양적 방법, 질적 방법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연구자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와 체계들을 가지고 있다. 학문적 성숙도는 바로 이점을 잘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번의 연구진들은 그런 학문적 성숙도에서 만족할 경지에 이른 분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연구진 전원이 모든 원고를 돌려 읽는 전원합의제 방식으로 최종보고서를 완성했다. 개인의 정치적 편견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극소화 된 작업 방식이었다. 공동연구에서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워낙 어려운 작업방식이라 흔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워낙 중대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것이었기에 그 어려운 길을 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