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경계에 서 있다. 신속한 보도로 다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책임을 언론은 지고 있다. 동시에 언론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선의의 피해자’ 또한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법을 피해 달아나는 ‘운 좋은 범죄자’의 검거를 위해 때로 침묵해야 할 의무도 지닌 것이 언론이다.
엠바고는 이러한 책무를 -불완전하게나마-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불량만두’ 사건과 관련, 경찰청 출입기자단의 엠바고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문화일보가 사과 보도를 냈다. 그 가운데 동료 기자들이 특히 분노하고 있는 부분은 “(엠바고 기간동안) 기자들도 만두를 먹지 않았을 겁니다”라는 내용이다.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굉장히 분하다’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응징하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화일보의 사과가 오히려 ‘사과 상업주의’, ‘진짜 선정주의’라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연희인 ‘줄타기’에는 ‘살판’이란 기술이 있다. ‘살판’은 줄 위에 서서 뒤로 공중회전을 한 다음 다시 줄 위에 앉는 동작으로, 기량이 뛰어나지 못하면 감히 엄두도 못내는 곡예다. ‘잘하면 살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한 줄의 ‘진실’을 찾기 위해 언론은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때론 줄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한가닥 줄 위에서 부채 대신 펜으로 균형을 잡으며, 사회의 일보 전진을 위해 무수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뚜렷한 근거 없이 “기자들도 만두를 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류의 냉소적이며 추측성 표현방식으로 매도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찰청 출입기자단이 문화일보를 상대로 11일 정정보도를 요구한 데 이어 금주 내로 형사고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잘못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엠바고 사과’ 건이 생산적인 논의로 발전해, 엠바고의 한계를 보완하는 합리적 대안이 제시됨으로써 보도의 ‘살판’ 재주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