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이전대상 국가기관과 후보지역 등이 드러나면서 신문들의 입장이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신문들은 9일에서 15일까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하는가 하면 조심스런 입장을 드러내는 등 차이를 보였다.
8일 이전대상 국가기관이 발표되자 대다수 신문들은 9일, 10일자 사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당초 계획과 달리 ‘천도’ 수준에 이르렀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앙은 9일자 사설에서 “그동안 행정수도만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하다 이번에 입법부와 사법부의 주요기관까지 포함시켜 사실상의 천도로 슬그머니 격을 높인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극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같은 날 오후 문화는 사설에서 ‘수도 이전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문화는 반대의 논리로 △지리적 여건 △신수도 건설과 이전 비용 △과장된 국토 균형 발전 등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공청회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10일 대부분의 신문들은 수도이전과 관련된 내용을 사설에서 다뤘다. 동아, 조선은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천도’가 되어버렸다”는 내용으로 강하게 비판했고 경향은 “수도이전을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서울은 “수도이전 서두를 일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후 몇몇 신문은 계속해서 수도 이전의 문제점를 제기했다. 동아는 12일 “수도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새만금 간척사업과 부안 원전센터 및 서울시 추모공원 건립이 사실상 표류 또는 좌절된 사례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은 11일 “당초 행정기능의 일부만을 옮기겠다던 구상이 이렇게 변질된 이상 이제 국회와 사법부는 정부의 이런 계획에 생각을 같이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밝힐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14일에는 정부의 수도 이전 비용을 위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청사 중 상당수를 팔겠다는 내용에 대해 “한달 최저생계비 36만원을 못 벌어 정부로부터 기초생활보장비를 지원받는 사람이 138만명”이라며 “46조원을 허허벌판 위에 모래 뿌리듯 뿌리겠다면 이 세상 누가 믿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14일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쟁이 천도 여부에서 시작, 국민투표 찬반 및 이전 비용 조달 논란 등 어지럽게 전개된다”며 “여야 정당과 입법부·사법부는 자체 입장을 정리,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가 발표되던 15일 신문들은 또다시 이 문제와 관련해 사설을 게재했다. 중앙은 “주한미군 감축, 용산기지 이전, 행정수도 이전 등의 굵직한 사업들에 들어갈 돈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라고 물었고 조선은 “더 늦기 전에 수도이전 다시 생각하라”며 “돌이킬 수 없는 단계를 넘기 전에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를 천명했던 문화도 같은 날 “서울 경기 인천 강원도는 후보지 입지 평가를 위한 위원단 구성을 거부하고 나섰다”며 “국민의사를 물어 전체 의사를 재확인한 후 새롭게 시작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기간동안 사설에서 침묵을 지켰던 한겨레는 15일자 신문을 통해 관련 내용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한겨레는 “행정수도 이전, 우선 국회에서 논의하라”는 제목을 뽑고 행정수도 반대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특별법이 중앙 행정기관과 주요 헌법기관 등 ‘수도 이전’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천도’ 운운하며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천도’라는 표현은 지배세력이 교체된다는 왕조시대적 의미를 내포하며 보수 기득권층의 막연한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렇더라도 지금 상황은 폭넓은 국민의견 수렴이 불가피하게 돼 국회안에 수도 이전 문제를 다룰 특별기구를 만들어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게 순서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