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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지 경영난 '적색경보'

광고수주율 전년比 35∼45% 감소…무료지 영향 커

취재팀  2004.06.16 11: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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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임금 조정 등 자구책 마련 ‘안간힘’

투명경영·콘텐츠개발 등 체질개선 급선무





스포츠신문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광고가 대폭 줄어들고 판매도 떨어져 인력과 임금을 조정하는 자구책을 내놓는가 하면 무료지 전환설까지 나도는 등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현황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개 스포츠지 평균광고 수주율은 전년대비 35∼4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무료지 확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력규모와 지면, 부수 등을 고려할 때 스포츠지 상위 3개사의 경우 각각 최소 월 35억원 수준의 광고매출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들 3사가 벌어들이는 광고매출은 평균 25억원 정도. 누적된 적자를 해결하기는 커녕 10억원이라는 차액을 메우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올 초 스포츠지들은 올해 광고시장이 3·4월 프로야구와 축구 시즌이 개막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 전망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자 지난달 27일 스포츠신문 5개사 사장들이 모여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사장들은 위기 상황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주 2회 4면 감면, 평일에 낀 휴일과 일요일(월요일자) 가판을 발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고 시행에 들어갔다.



◇자구책

스포츠지들은 이런 공동대응과는 별개로 최근 개별사별로 좀 더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에도 나섰다. A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스포츠지들 중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사는 국장급 이상 50%, 이하 30% 등 급여를 8월까지 스톡옵션으로 적립, 2년 뒤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20여명 가까이 무급휴직 신청을 받아놓은 상태다.

B사는 지난 4월 20명 명예퇴직 이후 추가적인 인력조정 계획은 없으나 임단협을 통해 비용절감 조치를 준비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신문은 또 최근 경영진 상여금 5백50%를 반납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소팀장 이상의 업무추진비 50% 삭감, 보직 부국장 이상의 차량유지비를 폐지할 방침이다.

C사는 몇 달 전 20여명 정도 인력감축을 실시한 바 있어 현재까지는 모든 구성원이 고통을 분담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황이 더 나빠지면 추가 감축을 실시할 수도 있으며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임금 조정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D사는 광고수익이 작년대비 10%, 5억원 정도 감소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인력조정은 현재 계획에 없으나 하게 된다면 무급휴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현재 사측이 제시한 임금동결과 노조의 2% 인상이 대립해 임협이 중단됐으나 이번 주부터 재개할 임협에서 사측이 임금삭감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사측은 또 노조와 합의를 통해 수당 폐지를 검토 중이다. 또 현재 건물의 임대 계약이 끝나는 10월쯤 사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E사는 최근 3월 이후 급감한 광고 매출과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가졌다. 이 회사는 비용절감을 통한 위기극복을 시작으로 임금삭감, 퇴직금 출자전환, 가격인하 등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대책은 없나?

현재로는 스포츠신문 시장의 경기가 당분간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 결과 스포츠신문을 둘러싼 각종 루머들도 넘쳐나고 있다. 스포츠신문의 무료지 전환 가능성과 시장 퇴출, 종합지로의 편승 등이 그런 내용이다.

C사와 E사에는 최근 무료지 전환 소문이 돌았다. C사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E사의 경우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 E사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며 “무료지 전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만약 스포츠신문이 무료지로 전환할 경우 일시적으로 경영 개선 효과는 얻겠지만 대규모 구조조정과 같은 ‘위험한 파급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5개 스포츠지가 3개로 줄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역시 시장 퇴출을 통해 당분간 안정세를 꾀할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반응이다. 종합지에 기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문산업 전체의 흐름이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의 이른바 ‘세트판매’ 형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스포츠지가 종합일간지에 인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체질개선을 통한 경영환경 변화가 가장 급선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최근 B사나 E사가 광고주를 대상으로 해외 골프 행사 등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광고주 모시기, 변형 광고 등 경쟁적 경영보다는 스포츠지 전체의 투명 경영 선언이나 독자 중심의 콘텐츠 개발을 통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매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석·김창남·홍석재·차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