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정도(正道)란 무엇인가. 정도(正道)의 사전적 의미는 바른 길이다. 그러면 언론의 바른 길은 무엇인가. 어떤 이는 진실보도라고 한다. 다른 이는 독재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투쟁이라고 한다. 이렇듯 학자마다 기자마다 언론의 정도에 대한 해석은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언론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삼스레 이런 질문을 던지는 까닭은 왜 일까. 그것은 요즈음 신문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취하는 보도태도가 정도를 잃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3자의 표현을 빌리면 언론은 언론권력에 도취되어 사도(邪道)를 걸어가고 있다. 단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먼저 지금 전국을 벌집으로 만들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회에서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될 때만해도 언론들은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85개 이전대상 국가기관이 발표되자 언론들은 갑자기 태도를 돌변, 당초 계획과 달리 천도수준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면과 해설면을 통해 정치권의 반대목소리를 실으며 연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어느 신문은 정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어느 신문은 정권이 역성혁명에 성공한 권력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언론 비판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천도라는 등식에서 시작된다. 국회와 대법원까지 옮기는 것은 사실상 천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도이전이란 국가적 대사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 국익이 아닌 자사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사와 입장이 비슷한 정치권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치 어느 정당의 나팔수와 같이 느껴진다. 이것은 언론의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
또 탄핵방송보고서에 관한 보도태도는 어떠한가. 한국언론학회가 보고서에서 지상파방송의 탄핵관련 방송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일부신문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전면에 비중 있게 보도하며 방송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논쟁의 한 축인 어느 신문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탄핵관련방송이 편파적이었다는 학계의 공식결론이 나왔다며 법석(?)을 떨었다.
또 다른 한 축인 어느 방송은 탄핵방송보고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새 연구진을 구성하여 다시 조사하라며 크게 반발했다. 방송인들은 한국언론학회의 보고서 결론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비판적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거들었다.
탄핵방송보고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이 같은 첨예한 갈등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언론인간의 대립과 반목을 부추기고 독자들에게 씁쓸한 인상만 준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 저변엔 자사이기주의와 정치권과의 이해관계도 물론 반영돼 있다. 이것도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그리고 쓰레기 만두파동을 둘러싼 언론의 일방적 보도태도도 앞으로 큰 논란을 불러 올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며 언론개혁의 첫걸음이다. 만약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언론은 독자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고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언론권력에 취해 자사이기주의에 취해 논조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지 말아야 한다. 언론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언론 정도’를 온몸으로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