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눕기만 하면 또 20만원을 빚졌구나 하는 생각에 잠을 뒤척인다. 시간만 지나면 올라가는 지대에 정말 미칠 지경이다. 늘어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해 일요일 오전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반월 시화공단을 돌고 있는데 공장마당에서 족구하는 근로자들을 보았다.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아무런 걱정 없이 건강하게 운동하는 그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주재기자를 그만두기 위한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18일 서귀포 칼호텔에서 ‘언론발전과 지방주재 기자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열린 2004 시군 공보관 세미나에서 최종식 경기일보 사회부 차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주재기자를 그만 둔 후배의 하소연을 이렇게 전했다.
최 차장은 “지난해 한 지방신문의 경우 자체 분석한 총 광고수입 70여억원 중 주재기자 몫이 34억원으로 절반에 가깝다”며 “여기에 매달 성과와 관계없이 납부하는 지대를 포함하면 실제 주재기자들이 지방신문에 기여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지방신문은 주재기자가 먹여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사 중심의 노조나 기협 지회도 주재기자 문제를 거론하기 힘든 상태”라면서 “언론 내부의 자정과 함께 관련법 제정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차장은 주재기자 문제 개선을 위해 △본사에서 주재기자 파견 △정기 순환근무 △시군 통합 권역별 배치 △공동배달제 실시 △주재기자 교육 강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남매일 김현근 광양 주재기자는 “주재기자는 기사 작성 외에 독자확보와 광고 수금 등 1인 4역을 맡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이비기자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본사와 기자 개개인이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전성우 대전주재기자는 “행정수도 이전 보도같이 서울과 충청권의 상반된 입장이 같은 날 신문에 보도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큰 맥락에선 지방의 경우 지금처럼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지 대신 지방지가 지방여론을 대변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민언련 우희창 사무국장은 “현재 시행령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는 지역신문지원법은 지방지의 옥석을 가리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 있는 지방지에 대해 지자체가 광고나 구독 등 지원을 하는 것은 공범관계가 돼 지방지의 공멸을 가져오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대구주재 이권효 기자는 “대구 경북 지역은 신문사가 몇 개 안돼 주재기자들의 문제가 비교적 없는 편”이라며 “전국지와 지방지가 각각 상호보완 관계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이 끝난 뒤 시군 공보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경기 성남시 양정석 공보관은 “성남시엔 45개사에서 60여명의 기자가 출입한다”며 “까다로운 기자들을 대하다 보니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집에다 빼놓고 나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안상철 공보관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군림하거나 지나치게 시행정에 간섭하는 기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기자들의 혁신을 주문했다.
경기 화성시 조용행 공보관은 “이 같은 세미나에 기자들 뿐 아니라 신문사 사장이 참석해 문제점과 개선책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전남 영암군 김준광 정책개발과장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야 기자를 할 수 있도록 ‘기자자격증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