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언론들이 ‘고 김선일씨 납치 피살사건’과 관련 언론역사상 유례없는 오보를 했다. 각 사들은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홈페이지에 추모공간을 마련했지만 언론의 신뢰성을 추락시킨 대형오보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또한 언론이 정부의 정보력과 위기관리 시스템 등을 연일 비난하고 있지만, 언론 스스로도 정보력 부재의 한계를 자성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23일 새벽 1시45분경 ‘김씨 사망’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부터 현재까지 신문과 방송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종합했다.
신문사 오보 일제히 사과
○…김씨의 생존 가능성이 크다는 22일의 분위기와 달리 23일 새벽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문들은 관련 기사를 대체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량 오보와 실수를 양산했다.
관련기사는 물론 사설까지 대체한 신문은 동아와 조선뿐이었고, 중앙은 사설을 대체하지 못했다.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은 이날 1면 톱기사 제목에서 김선일씨가 피살된 것을 ‘처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같은 대량 오보 사고로 인해 24일 신문사들은 일제히 지면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신문사들은 사과문을 통해 신문 제작시스템 설명과 함께 이 같은 실수를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BS 신속보도 돋보여
○…방송 3사가 김씨 사망 당시 일제히 비상체제에 들어갔으나 SBS가 1시45분경 ‘알자지라, 김선일씨 피살된 듯’이란 자막을 가장 먼저 내 보냈다.
때문에 SBS 국제부는 김씨납치 사실이 알려진 후 요르단에서 아랍지역 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연수 중이던 이민주 기자를 22일 현지로 급파한 것이 ‘특보’를 낚았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한 차장급 기자는 “이 기자가 오전 1시10분 경 ‘대사관 조짐이 이상하다’며 ‘인질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급히 전해 온 후부터 미리 준비에 들어가 경쟁사들 보다 한발 빠른 보도를 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KBS ‘추적60분’ 출연자 실언 ‘홍역’
○…KBS는 김씨 피살과 관련된 2TV ‘추적 60분’ 특집방송 중 출연자의 실언과 내용부족으로 홍역을 치뤘다.
이날 방송도중 한 출연자가 ‘유괴범들이 김씨를 고통이 없이 죽였을 것’이라는 요지의 실언을 했기 때문이다.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나 심층 분석도 없이 이전에 알려진 사실만 늘어놓았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계속 올랐다.
결국 KBS는 다음날 자사 인터넷사이트의 프로그램 ‘다시보기’에서 이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올렸다.
MBC, 방송사고에 ‘처형’ 표현까지
○…MBC는 23일 오전 외교통상부 발표를 중계하던 중 방송사고가 일어났고 부적절한 자막으로도 곤욕을 치뤘다.
MBC는 정규방송을 모두 끝냈다가 이날 오전 2시2분경 뒤 늦게 뉴스속보를 시작했으나 외통부에서 기자가 전하는 소식이 화면상에 앞뒤가 바뀌는 방송사고가 이어졌다.
특히 MBC는 속보 자막에서 김씨의 죽음을 ‘처형’이라고 부적절하게 표현했다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한편 YTN, MBN 등 유선방송 뉴스채널들도 김씨 피살이 알려지자 발 빠르게 특보체제로 들어갔다.
언론사 사이버 분향소 마련 ‘추모’
○…경향, 조선 등 주요 언론사들이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마련한 고 김선일씨 추도를 위한 공간에 네티즌들의 추모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등은 김씨 피랍사건 이후 자사 홈페이지에 ‘부디 무섭고 힘들었던 기억은 모두 잊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원합니다’라며 검은 리본과 국화 등으로 장식한 사이버 분향소를 마련.
분향소에는 29일까지 네티즌의 조문행렬이 이어져 조선닷컴에는 4만1천여명의 헌화와 2천여개의 추도글이 남겨졌고, 미디어다음의 분향소에는 24만여명이 사이버 분향에 참여했다.
KBS 이라크 취재기자 최고대우
○…KBS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취재활동중인 기자들에게 전쟁보험을 들어주고 위험지역수당을 A급으로 지급하는 등 최고대우를 하고 있다.
KBS는 지난 23일부터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취재중인 용태영, 금철영 기자에 대해 사망시 총 2억원이 지급되는 전쟁보험을 가입해 주고, 수당도 최고한도인 하루 8만7천원의 위험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방탄조끼와 방독면, 위장복 등을 지급하는가 하면 현지에서 경호원을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