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은 한달여 만에 법무부의 배상 결정이 나고 미군이 사과하는 등 해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뒤늦은 바 있지만 언론 보도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아버지의 경우 사고가 난 지 1년이 넘도록 여전히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의 여중생 사망사고 조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 5일 전민수 씨(25)는 “언론이 좀더 많은 관심을 보였더라면 아버지가 그렇게 가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씨는 지난 6월 6일 숨진 고 전동록 씨의 장남이다. 전동록 씨는 지난해 7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공사장에서 철재 지붕공사를 하던 중 인근 미군부대에서 설치했던 고압선에 감전, 사지를 절단한 채 투병생활을 해왔다. 마을 이장과 공사 수급인이 수 차례에 걸쳐 고압선 이설 또는 철거를 요청했으나 계속 묵살해왔던 미군측은 사고 발생 11일 후 60만원의 위로금과 배상 서류만을 전달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님을 간호하면서 지난해 각 언론사 사이트에 글도 올리고 제보도 했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지역의 군소신문이나 운동단체 회보, 인터넷매체 외에 ‘주요 언론’이라는 데서 사연을 다룬 적은 없었습니다.”
사고가 있은 지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에서 미군 고압선에 의한 피해 사례를 발표했고 같은 달 23일, 30일 KBS 뉴스투데이와 MBC PD수첩이 이 문제를 다루면서 비로소 전동록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려지고 홈페이지가 마련되면서 전씨는 사이트에 부친의 근황을 상세히 올렸다. 치료비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 미군의 책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이같은 사연은 올 1월 연합뉴스를 통해 박스기사로 전달됐을 뿐이었다.
이후 몇몇 언론은 전동록 씨의 사망 소식을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에 담았다. 한겨레는 ‘고압선 죽음과 미군의 모르쇠’ 사설을 게재했고 일부 신문 칼럼에서 전씨의 사연이 거론되기도 했다. “솔직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돌아가신 다음에야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고요. 언론이나 정부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줬으면 합니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