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더 겨냥 ‘고품격 신문’ 만들겠다
다음달 1일 취임을 앞둔 내일신문 이옥경 신임 편집국장(56)을 만났다. 여성이 전국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중앙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
그는 편집국장 임명이 뜻밖의 일이었던지 “부담스럽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자칫 단점으로 비칠 수 있는 ‘여성’이란 점, ‘일간지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속보와 낙종에 연연치 않고 “심층기사 중심의 ‘주간지형 일간지’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내일신문을 오피니언 리더들이 즐겨 찾는 ‘퀄리티 페이퍼’로 만들겠다는 이 국장은 이를 통해 “사회 지도층에 일반 서민의 목소리와 요구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지방지, 영자지, 전문지의 경우 여성 편집국장이 있었으나 중앙 종합일간지의 여성 편집국장은 처음이다. 소감은?
떨린다(웃음). 실은 전혀 뜻밖이었다. 나이도 많고, 민주화운동, 여성운동을 오래하면서 정통 언론인 코스를 걷지도 않았다. 게다가 일간지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격무가 싫기도 했다. 그래서 ‘기쁘다’는 느낌보다는 부담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 종합일간지의 첫번째 여성 편집국장이란 점도 부담스럽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선주·임현숙 주필, 장명수 사장 등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 계시지만, 그간 언론계가 남성 중심이었기 때문에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내일신문이 기존 관행으로부터 많이 벗어난 신문이고, 작은 신문이기 때문에 기회가 저한테 먼저 온 것 뿐이다.
-‘여성’ 편집국장이 갖는 장·단점이 있을텐데.
남성과 시각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아이템을 선정할 때 남성보다 세부적인 면에서 섬세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적인 경험상 차이가 있을 뿐이지, 편집국장이 ‘여성’이란 것 자체가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일간지 경험이 없고, 인맥이 중요시되는 한국 시스템에서 취재원들과 인맥이 약하다는 점은 편집국장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향후 목표로 삼고 있는 내일신문의 편집방향은.
내일신문의 색깔을 집적해 내고 싶다. 내일신문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주축이 돼 만든 신문인 만큼 이들의 진정성이 지면에서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드러났으면 한다. 또 우리의 목표는 메이저급 부수 확장이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퀄리티 페이퍼’다.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이같은 목표는 뚜렷하다. 개인적으로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일반 서민의 목소리와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싶다.
편집국장을 맡겠다는 결심을 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만큼 7월 한달간은 편집국에서 기자들과 소통하면서 내부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거치게 될 것이다. 지면상의 변화는 8월쯤이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일간지 경험이 없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일간지 제작경험은 없지만, 뉴스에서 떠나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시사적인 관심과 흐름을 놓친 적은 없다. 극복해야 할 부분은 심리적인 약점이다. 우리 신문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가를 매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통 일간지 코스를 밟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내일신문과 같은 신생 마이너지의 경우 차별화된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간지를 겪지 않은 것이 관성화 되는 것을 피했다는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심층 기획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한다는 ‘주간지형 일간지’를 표방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동안의 내일신문이 ‘주간지형 일간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금방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계속 지향해 나가겠다.
속보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출입처에 메여있는 관행에 매몰돼 있는 것은 곤란하다. 석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낙종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겠다. 속보는 연합에 의존하고, 늦더라도 우리만의 특별한 요소를 보도할 수 있다면 전혀 책임을 묻지 않을 생각이다.
-기자조판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거칠고, ‘크로스체킹’이 이뤄지지 않아 오탈자 등 발생확률이 높아지면서 ‘기사 신뢰도가 하락한다’는 등의 지적도 있다. 개선방안은.
기자조판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자들이 이 방식에 미숙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제작이 너무 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이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전날 써도 되는 기사에 대해서는 사전 제작을 많이 도입할 생각이다. 6개월 정도 시간을 들여서 고쳐 나가면 충분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를 겸하고 있다. 신문사 편집국장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나.
방문진 이사와 내일신문 편집국장 업무가 상호 연관 내지 상충되는 면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둘은 전혀 별개의 업무로서 그에 합당하게 행동할 것이고. 미즈엔 대표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그만두겠다.
-고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이면서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의 친언니이기도 하다. 편집국장 취임에 이같은 배경이 도움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이란 사실이 내일신문을 선전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웃음). 사실 방문진 이사 선정 당시에는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이란 점이 참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편집국장 선출과 같이 중대한 문제에 그런 점이 작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 이미경 의원의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 과거 민주화운동·여성운동 등의 경험으로 개인적인 성향이 드러날 수는 있겠지만, 특정 인사와의 관계가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편집국장으로서 특별한 포부가 있다면.
내일신문을 3기로 구분했을 때, 1기에는 일간지를 결호없이 내는 것이 목표였다. 2기 당시에는 일간지로서 인정받기 위해 배달망 구축 등 기존 신문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차대한 일이었다. 이제 3기를 맞아 질적인 차별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다.
임기로 생각하고 있는 1년 동안 내일신문 나름의 색깔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기반을 조성하면 어느 정도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담·정리=홍석재 기자 forchi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