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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수상소감 - 세계일보 '기록이 없는 나라'

팀원 역량 총동원…시너지 효과 '톡톡'

기자상 수상소감  2004.07.07 10: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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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춘렬 세계일보 기자



‘재미없는 아이템’ 지적에도 뚝심으로 밀어부쳐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



우리 팀의 탐사기획 ‘기록이 없는 나라’를 생각할때 마다 떠오르는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사를 써왔지만 이처럼 시너지의 풍부한 힘을 느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아마도 이번 기획은 단순히 팀원 개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을 성 싶다. 대신 팀원들의 개성과 시각이 부딪히고 맞물리면서 생겨난 ‘전체 에너지’가 근저에 깔렸던 것 같다.



원래 기록물 관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흥미가 떨어지는 탓에 소홀히 다뤄진 테마였다. 우리는 이같이 ‘재미없는 아이템’에 지난 3월 중순 이후 두 달간 국가기록추적, 현장방문, 설문조사, 행정정보공개청구 등 가능한 취재수단을 총동원했다. 흥행이 극히 불투명한 영화제작에 ‘올인’했던 셈이다. 기획초기단계 때 팀 내부에서마저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격론 끝에 관심도를 높이자는 쪽으로 결정하고는 뚝심 있게 밀어 부쳤다.



이후 취재작업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먼저 국가기록원 탐방과 각 부처의 행정정보공개청구를 이용해 기록추적 작업에 나섰고, ‘통제구역’인 부처의 문서고 장벽도 효과적으로 뚫었다. 취재과정에서 기록 선정과 일부 부처의 ‘삐딱한 태도’탓에 애를 먹었지만 팀원들의 취재력을 모아 어렵사리 해결했다.



또한 53개 중앙·지방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준비·확인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당시 취재과정에서 일은 벌일 수 있는 만큼 벌였지만 그 성과는 예측불허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속앓이도 많이 했다.

다행히 취재팀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주요 국가기록들은 흔적을 찾기 힘들었고, 기록에는 인색하지만 기록물을 마구 폐기하는 현장이 속속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정부의 기록 불감증에 분노하게 됐고, 취재는 갈수록 탄력이 붙었다.



‘기록이 없는 나라’는 이같은 탐사작업을 거쳐 우리나라 기록부실의 현 주소를 심층 진단하면서도 부처의 문서고 실태까지 들춰내는 개가를 올렸다. 또한 팀원들 간 치열한 토론(아니 전쟁?)을 거치면서 단순한 기록 불감증이나 무단폐기의 현장뿐 아니라 ‘대통령기록의 부실’과 ‘속빈강정’인 국가회의록, 기록이 없어 국민들이 당하는 피해 등 기록문화 전반을 고발할 수 있었다.



아마도 독자와 학계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도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누구도 공감할 만한 이같은 입체적인 기사흐름에 비롯된 것 인 듯 하다. 인터넷공간에서도 우리 기사에 댓글이 빗발쳤고 기록문화를 제대로 세우자는 지적이 봇물을 이뤘다.



이같은 흐름을 읽었는지 노무현 대통령은 기록물관리시스템을 전면 점검하라고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지시했고, 감사원은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기록물관리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탐사기획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중대한 계기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결과의 이면에는 역사를 중시하는 ‘세계일보’의 내공이 쌓여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