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전송방식이 미국식으로 결정이 난 후 방송사와 가전업계는 올림픽 특수를 잡기 위해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어려운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합의나 방송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된 선정과정 초기의 혼란이나 기술면에서 우위에 있는 방식을 포기한 점 등은 정통부와 방송계에 적지 않은 멍에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합의배경>
디지털TV(DTV) 전송방식이 미국식으로 타결 된 첫째 이유는 미국식으로 되어 있는 현재 방송시스템 변경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8월 아테네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시청자들이 전송방식 미정으로 인해 DTV 구입을 꺼리면서 DTV판매를 통한 내수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가전업계의 압박도 협상 당사자들에게 일정부분 작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계가 합의를 한 이면에는 올 하반기 중 시작될 지상파 DMB와 관련해 이번에 탈락된 유럽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방송일정>
방송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광역시 소재 방송사의 DTV 본방송의 개시를 8월10일로 결정했다. 방송위는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조속히 실시하되 8월13일 개막하는 아테네 올림픽 때 HD(고화질)TV 프로그램 시청을 장려하기 위해 늦어도 8월 10일 안으로 방송을 시작하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KBS는 그동안 수도권에만 이루어지던 디지털 방송을 12일부터 부산을 비롯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광역시로 확대했다. KBS는 “지난해말 기반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시스템 안정화작업을 거쳤다”며 “이제 국민의 70%가 디지털화면을 시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올해 말까지 각 도청 소재지, 내년 말에는 시군지역까지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상태로 2010년에는 아날로그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TV 전환을 끝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과제>
유럽식 전송방식의 기술적 우수성을 주장하며 이의 채택을 주장해 온 MBC는 8일 성명을 통해 4인위원회의 결정을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유럽방식이 여러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비교 검증보다는 현실적인 산업논리에 치우쳐 결정된 점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계에서는 이번 합의에 기술의 우수성이나 국민의 이익 보다는 정통부 등 관료사회의 관성과 업계이익이 방송방식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방송기술직 종사자는 “차세대 전투기를 구입할 때와 같은 결과”라며 “미국방식이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하반기에 상용화 될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을 위해 준비 중이던 디지털멀티미디어(DMB)방식에 DTV 경쟁에서 탈락한 유럽식(DVB-H)도 같이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은 “DTV 송신논란을 이동멀티미어 송신논란으로 옮긴 것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