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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보도 '지나쳤다'

선정·흥미·추측성 난무…모방범죄 우려

이종완 기자  2004.07.21 10: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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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신상 내보내 비공개원칙 무시





자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부유층 노인들과 부녀자 20여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가 18일 검거된 후, 언론 보도가 선정성과 흥미 위주로 흘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신문·방송은 토막살해 조사 현장을 별다른 여과 없이 보도하는 등 선정적인 사진과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 비난을 자초했다.

KBS, MBC, SBS 등 방송들은 18일 오후부터 매 뉴스마다 살인사건 용의자 현장검증 절차를 보도하면서 토막살해 피해자들의 사체 발굴 과정을 흐릿한 화면으로 내보냈지만 쉽게 식별이 가능할 정도여서 선정성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일부 방송은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를 사회병리 탓으로 돌리는 멘트를 그대로 방영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와 함께 일부 매체들은 제보자의 음성과 신분을 노출시켜 제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인 주변과 범행동기에 대한 추측성 보도도 잇따랐다. 사실확인보다 흥미를 끌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자연히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 방송들은 지능지수가 1백48이라는 용의자 말만 믿고 이를 그대로 옮겼으나, 실제 그의 중학교 학적부에선 그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다. 일부 신문은 가난, 이혼, 질병 등 그의 과거 전력을 신창원과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특히 일부 신문은 ‘국내의 엽기살인’과 ‘외국의 엽기살인’에 관한 선정적인 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범인을 만화가 뺨칠 솜씨로 여성누드를 그렸다고 미화하는 듯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언론들은 용의자 인터뷰 과정에서 정신질환 의혹을 염두에 둔 듯, 용의자에게 범행자백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KBS와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등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는 용의자의 실명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번 사건처럼 범인의 죄질이 현저하게 나쁜 경우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에 실명을 밝히는 게 타당한 지 여부는 앞으로 언론계에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 안영춘 기동팀장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이 보도준칙”이라며 “사건 자체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사실만으로 흥미와 선정성 위주의 보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완 기자 kore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