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태의 밑바닥에는 DJ정권과 중앙일보의 상호뷸신, 적대의식이 잠재해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 언론탄압의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선뜻 중앙일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사주 탈세행위의 범죄성
▷한나라당과 유착해 편파보도를 해왔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반감
▷언론의 권력기관화에 대한 경계 등이 작용했다.
특히 다른 언론사의 대응에서 치열한 경쟁의식이 동업자의식을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진상파악을 통해 언론장악 음모 여부는 밝혀져야 하겠지만 그것은 문제 해결의 방안일 뿐이다.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본질은 'DJ정권 아래서의 언론-권력(혹은 정치세력)간의 관계'라고 본다. 언론 문건 사태의 경우 '정권 차원에서 문건 작성에 개입했고 실제 실행했다', '문일현과 이종찬 라인의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는 상반된 주장 속에서 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동안 본질과 별 관계없는 각종 의혹 제기와 적대적 공방만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 취재원과 밀착해서는 안된다'는 도덕론이나 '어떻게 정치인에게 언론장악에 관한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분노만으로는 취재일선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권언유착을 막을 수 없다. 정치환경, 언론환경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윤리강령의 확충, 일정 기간 동안 언론인 정계진출 금지 등의 제도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거시적 차원의 권언유착, 정권(또는 특정 정치세력)과 특정 언론사(또는 언론사 사주)의 유착인 것이다. 중앙사태는 일선 기자의 윤리문제와 함께 언론의 소유구조, 경영 투명성, 정치적 편파성, 권력기구화 문제를 이슈로 등장시켰다. 특히 사주와 관련한 소유구조 문제는 언론시장이 과점화하고 국민의식이 극도로 보수화·지역주의화한 우리 상황에서 극히 위험한 일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소유 분산, 작은 언론사 육성을 통한 여론의 다양화 등으로 풀어야 하는데 실현은 요원할 뿐이다. 현재로선 편집권 독립을 통한 사내 민주화가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