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상실…방송사로 전직하려는 기자 많아”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유난히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포츠지 기자들이 바로 그들.
특히 신문업계 전반적인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종부도’, ‘7월 급여 50%지급’, ‘임금 25% 삭감’ 등 위기의 전조들이 연일 이들을 압박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A기자 또한 스포츠지의 위기라는 ‘직격탄’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올해로 기자생활 5년차를 맞이한 A기자는 소위 잘 나가던 대기업에서 근무했으나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생활과 언론사 시험을 병행, 예닐곱 번의 낙방을 거쳐 지난 99년 모 스포츠지에 입사했다.
A기자는 입사 당시를 회상하며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질 땐 꿈을 이뤘다는 희열과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전율까지 느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부질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A기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도 경영악화로 최근 6개월 동안 노·사가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조차도 젊은 기자들에게는 ‘의욕상실’의 원인이 된다는 게 A기자의 전언.
그는 “아무 대책도 없이 회사 게시판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노사간 협상 소식을 접하면 분통이 터진다”며 “일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면서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신문사 젊은 기자들 사이에선 요즘 방송사 입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파원이 꿈인 A기자 역시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방송사 입사를 준비하는 등 여러 대안들을 암중모색 중이다.
그는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특파원을 꿈꾸게 되는데 경영악화로 기존의 특파원마저 본사로 불러들이는 게 현 상황”이라며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최근에는 인생을 설계하기가 너무 벅차다”고 고백했다.
스포츠지들이 누적된 경영악화로 인건비와 관련된 ‘허리띠’를 조여 매고 있는 가운데 A기자가 근무하고 있는 신문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얼마 전 굿데이가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가까운 지인들부터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기자는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데 요즘엔 출입처 관계자로부터 안부 인사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기자는 신문산업을 둘러싼 현재의 위기에 대해 “한 기자로서의 위기뿐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과 남편, 또는 노부모를 모신 자식으로서의 위치가 붕괴될 수 있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아직 미혼인 A기자는 불안한 현재 상황에서 결혼을 약속한 배우자에게 어떤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 환경에 의해서 좌고우면하는 내 모습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