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특별좌담회-한국언론의 미래는 있는가

"권력 의존적 경영방식 버려야"

특별좌담  2004.08.18 15:03:16

기사프린트




   
 
   
 
정부, ‘언론 살리기’ 정책 급선무

저널리즘 새 패러다임 적응 ‘중요’





◇좌담회 참석자(가나다순)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

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전문기자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학부 교수

최일구 MBC 통일외교부 부장대우



사회=본보 김신용 차장







제4부라 일컫는 언론. 최근 언론계가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 수주 감소가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경영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중앙지들은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한 신문은 부도가 나기도 했다. 이제 ‘신문 불패신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계 또한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거대통신회사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광고목표치도 크게 밑돌고 있다.

기자들 또한 사명감이나 자긍심이 사라지고 있다. 점차 샐러리맨화가 되고 있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렇다면 언론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본보는 기자협회 40주년을 맞이해 그 원인을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전문가들을 초청, 좌담회를 마련했다.





사회=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요즘 모바일, 무선인터넷 등 뉴미디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언론들은 세계 저널리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의 현주소부터 논의했으면 한다.

김택환=저널리즘 차원에서 한국 언론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왜 이런 환경이 생겼을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뉴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경쟁력을 발휘하는 시점에 과거 신문이 누렸던 위상이 위협을 받고 있다. 또 하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라 볼 수 있다. ‘반신문정서, 신문 때리기’등 사회전반에 흐르는 감정적 대응이 그런 환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이 변화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김영욱=상대적으로 신문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인의 하나로 말한 ‘신문 때리기’라는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권력이 신문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고 독자들이 신문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원인은 있긴 하겠지만 미디어의 새로운 환경의 변화들, 즉 디지털 텔레비전이나 모바일 DMB 등을 한국 상황에 맞게 장기적으로 계획하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방치해 놓은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케이블 위성 등 각각이 갖고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고민이 없었다. 외국의 경우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미디어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것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모델로 가야하느냐, 그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구와 한국 언론의 중간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재경=1980년대 후반에 신군부는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 신문업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은‘지금은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때’라 생각했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지나왔다. 실제로 국내신문은 수십년간 기사가 똑같다. 과거와 지금 기자들이 쓰는 것이 같다. 반세기 정도 저널리즘이 정체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 방식뿐만 아니라 정치와 신문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박정희 시대가 훨씬 자유로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체성 없이 지내오다 방향성도 상실해 가고 있다.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아무도 그것을 못하고 있다. ‘정치적 깃발싸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탁월한 언론계 지도자가 필요하다.

최일구=18∼19년 방송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신문의 위기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송도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방송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원인은 언론업계의 독점적 지위가 예전보다 많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예를 들어 1986년 수습기자 당시, 경찰서 기자실에 가보면 조간 셋, 석간 셋, 방송 둘, 통신 하나 등 모두 9개 언론사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개가 넘는다. 또 인터넷도 발달해 있다. 그만큼 언론사들은 양적인 팽창이 됐으며,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정보접근성이 수월해졌다. 이는 언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작용을 했다.



사회=언론계의 당면 현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면 한다.

김택환=서구 저널리즘 역사와 비교해보면 역사적 유산 측면에서 ‘우리는 영웅이 없었다’는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 물론 송건호 선생 같은 분이 계시기는 했다.

이재경=다른 관점에서 생각한다. 현재 다양한 매체가 생긴 상황에서 신문들은 기사의 질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논설로 싸움하고 있다. 이것도 큰 문제이다.

김택환=그렇지 않다. 1면에서 6면까지는 스트레이트 싸움이다. 논설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이트가 탐사냐, 기획이냐 하는 점이 경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영욱=논설의 싸움이 아니다. 1면이 주장을 담고 있는 기사들이 많다. 주요 이슈에 대한 공통점이 있어야 하는데 매일 신문마다 다 다르다. 신문 1면에 의제설정을 하려고 한다. 의제설정은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기능이다. 언론이 스스로 아젠다를 세팅하는 것은 독자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건에 대해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알려고 하면 한 개 신문으로는 부족한 현실이다. 이것은 신문으로서 엄청난 치명적인 비판이고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김택환=다르게 볼 수 있다. 한국 신문이 그간 가지지 못했던 당파적 성격이 있다. 서구의 경우처럼 공격적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형적 다양성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옳다, 틀리다’ 등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신문의 본질을 부정하게 되는 우려를 범할 수 있다. 어떤 신문은 당파적으로 가고 있고 어떤 신문은 객관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이다. 한국 저널리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신문 제작자들이 독자를 모르고 자기들 주장만을 만들고 있는가 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고민을 가지고 제작하고 있다.

이재경=그러나 지금신문을 보면 기사가 없다. 20여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은 그동안 뭐하고 있었는가’ 파헤친 탐사보도는 본 적이 없다. 도대체 범인이 뭐하고 살았는지 르뽀기사도 본 적이 없다. 경찰이 발표하면 그걸로 끝이다.

나아가 정부가 1년에 2백조원 가까이 되는 돈을 쓰는데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탐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언론이 없다. 제대로 된 정부감시의 기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김택환=저널리즘 패러다임의 변화 측면에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취재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가도 중요하다. 왜 취재력이 없느냐에 대한 질타만이 있어선 안된다. 외국 저널리즘의 경우도 한때 그런 과정을 다 거쳤다. 기자생활 하면서 보니까 기자로서 중요한 것은 맥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에서 온다. 그 과정에 아젠다 세팅이 다 묻어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왜 한국 언론은 그런 기사밖에 나오지 않는가 등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자=논의가 다소 격화된 것 같다. 충분히 언론의 현주소를 점검한 것 같다. 그런데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언론사 경영, 소유구조 등에 대한 부분이다. 어떻게 봐야 하나?

이재경=사주의 문제를 말하기 전에 언론사 자체가 자기 진단 능력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연구능력이 부재하다는 것, 조직은 커졌지만 아이디어도 새롭지 않고 시스템 연결 전혀 안되는 상황이다. 언론사 스스로 전략을 세워야 하고, 내 일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떠나야 한다.

김택환=그렇게 극단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기사도 4면 시대하고 지금은 많게는 72면, 보통 54면까지 발행한다. 이런 체제에서 굉장히 많이 변해왔다. 글 쓰는 방식도 일정 정도는 변했다. 물론 수준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는 신문사별로 차별이 있지만 말이다. 물론 관행이란 것은 있을 것이다. 반면 끊임없는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변화에 있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쉬운 것이 아니다.

이재경=중앙일보가 가판을 폐지한 것, 그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적 관점에서도 편집국내 사람만 바꾸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최일구=방송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다보면 시청률 경쟁이 나타난다. 보도국장 등 몇몇 자리 등은 현재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임이 기획했던 부분이 후임이 오면 바뀌어 질 수도 있다. 개선은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쟁 문제도 있지만 내부적인 여건이 인력이나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변화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이 상태로 가면 안 된다.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를 보게 되면 특종이란 게 없다. 주요뉴스도 똑같고 포맷이 변화되지 않고 공급자 위주의 선배들이 해왔던 것을 후배들이 해오고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백화점식 뉴스가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리더십이 필요하다. 철학을 갖고 가야 한다. 이것은 곧 오너십의 문제다.

이재경=오너십은 공영방송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언론사의 오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자유로워야 하는데 미봉책으로 때우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회사는 주인이 있지만 타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양 극단적인 구조를 어느 것이 더 좋은 거냐고 보는 것이 문제다.

김택환=한국 자본주의 성숙도를 보면 2대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3대, 4대로 넘어가면서 경영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없다. 한국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지만, 소유구조는 강력한 리더십을 하면 안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으로 한겨레는 대표적인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력한 비판을 역설적으로 하고 있다. 또 어떤 신문은 가족이 오너가 모든 걸 다 쥐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본질은 오너십을 어떻게 발휘하는가의 문제지 소유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김영욱=특정신문이 정치적으로 편향적일 뿐만 아니라 편향성을 추구하는 방식 자체가 사실 보도 영역에서까지 나타나는 잘못된 현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신문의 소유주 1인이나 그 가족을 바꾸면 이것도 바뀔 것이다’는 생각은 너무 외향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변화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결국 소유에서 나온다. 소유주들이 그 나라 전체의 저널리즘 수준의 표준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이재경=소유구조가 중요하긴 하지만 모 신문의 경우 2세, 3세로 넘어가면서 능력이 안되는 소유주에게 멀쩡한 신문을 넘어가게 만들었다. 한쪽에는 소유구조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편집국 구조가 있는데 이 두개가 이상적인 관계만 갖추고 있어도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우 그렇지 못하다.



사회=세계적 미디어 여론조사 기관인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1백가구당 신문 구독 가구수는 43가구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독률 감소와 더불어 신문업계 전반의 경영악화까지 맞물려 ‘신문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의 신뢰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제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말해 달라.

김영욱=얼마 전에 모 신문 기념식때 화환이 1백개가 넘었는데, 일반인들이 그걸 보고 ‘신문이 아직 역량이 있구나’하고 생각할까봐 겁났다. 그것은 신문의 역량이 아니라, 하나의 잔영이고 잔상일 뿐이다. 지금은 신문이 영향력으로 비즈니스를 할 시점이 아니다. 외국 신문들도 뉴미디어 등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신문들은 내용 편집 판매 심지어 배달까지 변화를 하는 등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합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우리는 시장이 정상적이지도 않고 환경도 없다. 그것이 신문산업 위기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김택환=한국 신문의 위기가 와 있다고 본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도 있고 언론사 스스로 간부들과 발행인의 책임도 있다. 그런데 이 신문의 위기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위기와 많은 부분이 맞물려 있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가 과연 읽기문화, 이성문화를 얼마나 요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경우 아이비리그에서 가장 쳐주는 것 중의 하나가 신문에디터(편집)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 방식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계는 합리적 토론, 논의 문화가 미약하다. 신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에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기사도 다르고 판형도 다르고 등등 차이가 많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최일구=신뢰의 문제가 결국 기자들의 전문성 문제라 본다면 우리 언론내의 인사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전문기자제도가 있는데 그분들이 전문성을 추구해오기도 했지만 잠시 대기하는 성격이 많다. MBC도 북한문제 등에 전문기자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그것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더불어 회사의 백업도 필요하다.

이재경=신뢰도와 관련해 몇 가지를 말하고 싶다. 사실 언론인의 행태에 문제가 많다. 저런 기사를 쓰면서 밤에는 뭐할까? 저 사람이 저 글 쓰고 나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나, 안하나 등이다. 또 하나는 취재를 당해보면 다시는 그 사람과 거래를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더 많다. 필요한 것만 골라 쓰고 취재원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쓰는 것이 많다. 그러다보니 취재원으로부터 거부당하는 꼴이 생긴다.

취재관행과 관련해서도 국내언론 같은 경우 뉴욕타임스처럼 못할 것이다. 음식담당기자를 예로 보자. 음식담당 기자들은 절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가서 다 돈을 내고 먹는데 이 비용만 1년에 15만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에 가면 전부 신문과 방송에 나갔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가 너무 많아 음식점도 신뢰가 안된다. 마지막 하나는 정부나 여당에서 신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뭔가의 계산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언론주변에 다 모여 있는데 언론이 극복할만한 능력이 되느냐는 것도 문제다.

김영욱=외국의 경우를 봐도 언론의 신뢰도가 하락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정보독점시대에서 정보공개시대로 변화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언론윤리와 외적인 문제와 더불어 한 가지를 보태면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회=최근 기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기자협회 40주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20.7%에 불과했다. 그만큼 정부의 언론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 셈이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언론개혁을 이끌어가야 된다고 보는지.

김택환=노무현 정부가 언론정책이나 언론개혁이라는 용어를 내놓으면서 던지는 말들이 상당히 거칠다. 노대통령과 측근들이 계속 주장하는 언론에 대한 의심들, 집권당의 당대표나 정치권이 언론개혁을 주도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언론관련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언사에는 충분히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경=노무현 정부가 언론개혁 과정자체에 참여과정이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골방에서 만든 패키지를 내놓거나 설득을 시키려하면 안된다. 또한 도덕적 판단이 선행되다보니 ‘나쁜 놈들이니 못 고친다 그러니 바꿔야 한다’는 인식도 문제다.

최일구=언론정책이나 언론개혁과 관련해, 정권이나 메이저 신문이 이분법적으로 적과 동지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도 신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버리고 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김영욱=언론개혁이 미진하다는 의견이 있다. 노 정권이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지만 브리핑제와 공배제 지원하겠다는 것 말고 무엇이 있나? 미디어 정책이라 했을 때 정치적 측면에서 국민의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 문화적으로는 미디어로 인해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신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미디어시장에서 신문의 역할이 무엇인가 등 장기적인 미디어정책을 수행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부는 기구도 없을뿐더러 개념도 없다. 심각한 문제다.



사회=기자의 사명감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고 이직을 하고 싶다는 기자들도 많다. 이는 한국 언론을 짊어지고 나갈 희망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해결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일구=갈수록 매체가 늘어나고 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일에 치여 사는 것이다. 방송기자는 신문기자보다도 노동력이 3배정도 든다고 본다. 실제로 방송기자들은 단순 취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루 1분20초 리포트가 우스워보여도 하루종일 걸린다. 뉴스를 경쟁하다보니, 새로운 콘텐츠를 찾다보니 ‘샐러리맨화’되고 있는데에 대한 자긍심 상실, 이런 것이 사명감을 잃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재충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인력, 예산문제로 잘 안된다. 재충전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김영욱=기자가 처음에는 전문직으로 들어온다. 사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전문가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사 시스템이 비전이나 전문성, 경력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것이 결국 저널리즘 신뢰도와도 연결된다. 저널리즘이 사회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스스로 신뢰도를 상실케 한 것이다. 기자들과 경영진들이 편한 자리를 찾아가려고 한다면 다 망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김택환=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막스베버가 말한 것처럼 급격하게 세속화의 극단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이다. 또 하나는 기자로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복잡하고 싫은 것을 매일 만지고 접촉하고 해야 된다. 사회 어디에도 북돋워주고 하는 곳이 없다. 이런 면에서 기자협회가 할 일이 굉장히 많다. 비전은 기자 스스로 찾아가야겠지만 언론에 대한 시각을 높여줘야 한다.

이재경=기자를 지망했을 때부터 좋은 직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 편집국의 운영 논리나 일하는 방식이라는 게 너무 세속화되고 상업화되어 있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발상을 해야 한다. 기자들은 자기들의 문제라 생각지 않고 사회 탓으로 돌린다. 그것이 변해야 한다. 자기 진단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 이기주의가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사회=끝으로 한국언론이 세계속의 언론으로 발돋움하고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각자의 의견을 밝혀 달라.

이재경=신문사가 자기의 일을 너무 상품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면 신뢰도가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영방송도 시청률 경쟁을 하지 말라고 만들었는데 계속 그 경쟁만 하고 있다. 몇 퍼센트가 시청하든 공영방송의 성격에 맞게 나가야 한다. 많은 아이템을 다루다보니 깊이 있는 탐사보도가 없다. 외국의 경우 좋은 신문은 대부분의 기사가 탐사다. 그러나 국내신문은 대부분 단신이고 아니면 해설이다.

최일구=신문하고 방송은 ‘경쟁재’라기 보다는 ‘보완재’다. 방송계에는 신문처럼 ‘물먹으면 안된다’며 단신 보도하고 급하게 리포트하고 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하지 않아도 될 만하면 안해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똑같이 디지털 시대에서 휴대단말기를 통해 TV, 인터넷 등을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측면에서 위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언론매체들의 위기는 분명하니까 ‘윈-윈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독자나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쌓아나가야 한다. 또한 디지털이 매체변화를 어떻게 가져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해서도 공동 대처해야 한다.

김택환=위기상황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저널리즘 발전 없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없다. 이런 인식에 대해 정부나 언론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독자도 더불어 사회구조가 업그레이드되도록 해줘야 한다. 더욱 핵심적인 것은 개별적 문제보다 사회의 문화, 제도, 시스템 등 전사회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욱=사회에서 저널리즘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논의해야 한다. 신문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방송 저널리즘은 어떻게 가야하나? 새로운 매체는 어떻게 누가 담당해야 하는가? 이런 논의들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지엽적 논의가 지금껏 무질서와 혼돈을 키웠다. 이러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지엽적인 지적을 하는 것보다도 전체적인 저널리즘 발전이란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리=차정인 기자 pressc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