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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여론조사를 결과를 보고]

위기의 언론, 희망의 언론

조사결과를 보고  2004.08.18 16: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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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기자들이 평가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더욱 하락세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잘한다’는 평가가 일년 전에 비해 무려 약 10%포인트나 떨어졌다는 것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일부 그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강력히 추진하고자했던 언론개혁 의지가 점차 쇠락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매체나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마저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언론정책과 관련된 현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개혁정책 추진을 두고 기자들이 바라는 정부의 역할과 기대는 여전히 희망지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대상 기자들의 무려 과반수가 언론, 특히 신문시장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 해소를 적극 지지하고 있고 지방언론 활성화정책이나 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도 시급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할만한 것은 동일한 언론정책을 둘러싸고 매체간 이해대립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보인다는 점이다. 언론의 공정성을 둘러싼 방송과 신문의 대립 그리고 지방언론 육성을 둘러싼 서울지방간의 엇갈린 시각이 바로 그것들이다.

역설적 표현이긴 하겠으나 특히 언론의 공정성 문제는 언론이 이를 본격적으로 지키고 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소중하게 인식하게 된 개념이다. 암울했던 시절이긴 하지만 과거에 언론의 공정성을 제대로 사회적 의제로 제시하고 이를 수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적이 과연 얼마나 됐었는지 성찰한다면, 언론의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최근의 사회적 갈등은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언론자유는 분명 확장됐고 이는 다시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기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자들이 언론 전반에 대해 대체로 신뢰하고 있다는 답변에서도 우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뢰한다’가 ‘불신한다’보다 두 배를 훨씬 넘는 평가가 바로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 설문조사결과(한국언론재단)에서 ‘일반국민’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그간 성역처럼 여겨졌던 언론이 언론 스스로에 의해서 투명하게 관찰·조명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자칫 국민들로부터 ‘언론이 흙탕물 싸움’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말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물론 자기정체성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기를 꺼려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일부 소수언론의 회의적인 태도도 한몫하기도 했다.



매체간의 정당한 상호비평 등과 같은 언론행위가 현재로서는 아직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신뢰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분명 언론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신뢰회복을 위한 언론 스스로에 대한 각고의 노력임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굳게 확신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언론은 그 신뢰회복을 위한 과도기적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의 힘겨운 대결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을 잘 극복할 때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분명 향상될 것이며 기자 스스로도 만족감을 갖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곧 우리 언론의 희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