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마흔의 성상(星霜)을 되돌아보면 영욕이 엇갈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길다면 긴 세월을 기자협회와 숨결을 같이하며 기자사회의 연결고리를 맡아온 것이 있다면 ‘한국기자상’과 ‘이 달의 기자상’이다. ‘한국기자상’은 햇수로 올해 36돌을 맞는다. ‘이 달의 기자상’은 탄생 14년째이다. 두 상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전통과 권위를 쌓아 이제 기자사회가 자랑하는 언론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기자상’은 전국의 주요한 매체들이 1년간 취급한 각종 기사를 수상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심사량이 방대하다. 매달 시상하는 ‘이 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자동적으로 출품자격을 갖는다. 이 외에도 기자협회 회원들이 작품성이 출중하다고 여겨 출품하는 작품도 상당수 있다. 그런데 지난 3년 전쯤부터 응모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근년 들어서는 해마다 출품작이 1백건을 넘어 날로 치열해지는 취재경쟁을 말해준다.
‘이 달의 기자상’은 지난 1990년 9월 도입되어 그 해 10월 첫 시상식을 가졌다. 시행 2년째인 1992년 12월에는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출품작이 1건도 없었다. 1993년 2월에는 출품작이 5건에 불과하여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백회까지는 월평균 12건이 출품되어 그 중에 평균 4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 후 빠른 속도로 출품작이 증가하더니 지난해를 고비로 월평균 40건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 말로 출품작이 폭주하고 있다.
이것은 ‘이 달의 기자상’이 지난 14년 동안 질적-양적으로 괄목하게 성장해 왔음을 뜻한다. 짧은 연륜에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상으로 우뚝 섰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1999년부터는 기자협회가 언론재단과 공동으로 시상제를 운영함으로써 권위와 성가를 한층 더 높이게 됐다. 그 기자상이 이번 달로 1백67회를 맞는다. 그 동안 기자사회가 아끼고 사랑했기에 오늘이 있을 것이다.
‘한국기자상’이나 ‘이 달의 기자상’은 심사위원이 20여명으로 다른 언론상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 그 까닭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소중하게 섬기기 위한 것이다. 심사위원의 숫자가 적으면 특정한 위원의 발언권이 커질 수 있어 그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다시 말해 누가 출품자와 친분이 있거나 청탁을 받더라도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다단계의 심사과정을 거치는 것도 그 까닭이다.
같은 취지에서 소속사 작품에 대한 채점권을 배제하며 발언권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다양한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이유는 출품영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기자상은 독자성, 시의성, 치열성, 심층성,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과 함께 사회적 의미, 문장력, 기사구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주최측은 심사내용에 대해 어떤 평가도 간섭도 하지 않는 불문율이 확립되어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사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심사과정에서 더러 위원들이 그런 말을 토로하기도 한다. 탁월한 출품작이 늘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기자상을 심사하다보면 한국언론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급증하는 출품작수도 그것을 뒷받침한다.
안타까운 점은 심사결과를 보도하는 데 너무 인색하다는 점이다. 자사가 수상해야 보도하고 심지어 자사작품의 수상사실만 보도하기도 한다. 더러 퓰리처상의 수상작을 소상하게 소개하면서 한국기자상은 본 척도 않는 일도 종종 본다. 기자협회의 기자상은 기자사회가 일구고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상이 한국언론 발전의 견인차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자상은 기자협회의 발전을 말하는 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