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송과 신문의 보도가 흥미 위주, 관(官) 지향적 보도로 의제 설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언론재단이 최근 발행한 'TV저널리즘과 뉴스가치-한국 영국 미국TV뉴스의 내용분석'은 지난 3월 15일부터 6월 27일까지 KBS, MBC, SBS 3사 메인뉴스와 6월 14일부터 27일까지 BBC, NBC 뉴스를 분석하고 90년에 벌인 선행 연구결과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 방송뉴스는 기자회견 등 공식채널에 의한 취재가 60.3%로 90년보다 오히려 5% 가량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도자료에 의존한 기사가 9%나 늘어 44%를 차지했다. BBC나 NBC도 공식채널에 의한 취재가 43∼46%로 상당량이었지만 인터뷰나 다각적 접근이 많았다.
우리 뉴스아이템의 심층성, 복합성도 여전히 낮았다. 사건의 결과에 대해선 거의 전부(99.8%)가 보도한 반면 원인(30.9%)이나 과정(38.1%), 해설(28%)은 적었다. 또 단 3.3%의 보도가 해결방안이나 대안을 보여줬다. 3가지 이상의 측면을 복합적으로 보도한 아이템은 48.3%으로 90년의 41.1%보다는 다소 증가했지만 외국보다는 여전히 적었다.
BBC나 NBC 뉴스는 각각 64%, 77% 이상의 아이템이 원인, 과정, 배경, 결과, 반응, 대안을 심층 보도했다. 또 우리 뉴스는 1건 당 보도시간이 1분 20초대로 BBC, NBC에 비해 35초 이상 짧고 자막이나 그래픽 등 시각적 효과를 사용하는 아이템이 외국보다 훨씬 많았다.
우리 방송은 뉴스가치를 판단할 때 시의성(29.2%) 부정성(21.3%) 저명성·갈등성(각 9.5%) 순으로 중요도를 매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의 흥미에 치우쳐 사회적 영향력이나 유용성이 있는 아이템은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뉴스의 주요행위자로 일반 시민, 기업인, 공무원의 등장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대통령, 각료가 줄어든 점이나 뉴스 아이템 길이가 증가하는 추세는 긍정적 변화로 보인다.
신문보도 연구에서도 방송과 비슷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역시 언론재단이 최근 낸 '신문보도의 정보성-한일 보도 비교'는 한일어업협정 실무협상 기간인 96년부터 99년 4월까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 신문의 관련기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 신문 보도가 흥미 위주고 감정적이며 의제화에 서툴렀다고 지적했다.
가령 일본의 기존 한일어업협정 파기나 쌍끌이 협상 등 갈등 고조기엔 많은기사를통해 사안의 배경과 전망, 평가를 다룬 데 반해, 한국이 독도 주변을 중간수역으로 양보하는 등 중대 결정기엔 기사 수가 줄어들었다.
사설에선 우리 신문들이 주로 대 일본 비판 발언에 치중하는 동안 일본 신문들은 협상 진행과 내용을 평가하면서 실효성 있는 주장을 펼쳤다. 주장에 있어서도 일본 신문들이 대부분 서너 개 이상의 논거를 제시한 데 비해 우리 신문들은 논거의 수가 적거나 허술한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