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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언론 사명 다하라"

40주년 기념 만평 분석

김진수 국장  2004.08.19 11: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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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기협의 자긍과 자성 담아



저맥락 커뮤니케이션(low context comm.), 고맥락 커뮤니케이션(high context comm.)이라는 것이 있다. ‘저맥락’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외에 숨은 뜻이 거의 없는 것, ‘고맥락’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외에 깊은 뜻이 숨어있는 것을 말한다. 만화로 얘기하자면 일반만화는 저맥락, 시사만화는 고맥락이 된다.

5개의 기협 40주년 축하만평을 들여다보면 작가의 나이나 근무매체의 상이함과 달리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들이 있다. 기자를 상징하는 펜촉은 배 화백을 제외하고 모두 등장했다. 서 화백은 어둠을 밝히는 필라멘트로, 이 화백과 설 화백은 기자의 손에 들여 있거나 등에 메여있는 형태로 나타난다. 박 화백의 펜촉은 마흔 살 기협의 자긍과 자성을 동시에 담았다. 드러나는 것은 자긍이나 자신의 얼굴을 돌이켜보라는 자성의 메시지도 숨어있다.

이 화백과 설 화백의 만평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하지만 이 화백은 가시방석, 설 화백은 곧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바위 위라는 차이가 있다. 가시방석은 요즘 기자들의 심리상태를, 위태로운 바위는 최근 커져가고 있는 기자사회의 위기감을 대변한다. 두 만평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혹의 나이 아니냐. 흔들리지 말고, 휩쓸리지 말고 가던 길을 계속 가야한다는 것이다.

특정 음료 광고를 패러디한 배 화백의 만평은 열심히 살아왔으므로 후회는 없다고 외친다. 그런데 ‘언론개혁’이란 음료를 마시는 기자의 눈은 질끈 감겨있다. 무엇인가를 마실 때 눈을 뜨는 것과 감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린 보통 무엇인가 생각할 것이 많을 때, 또는 어떤 비장한 각오나 의지를 다질 때 눈을 질끈 감는다.

그렇다. 아무리 힘들어도 ‘언론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기자가 아니냐는 반문을 이 만평은 하고 있다.

김진수 본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