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문 1면 트렌드가 바뀐다

속보성 기사에서 심층취재물로 중심 이동

이종완 기자  2004.08.25 09:30:37

기사프린트

경향 ‘기자메모’ 1면 톱 게재 ‘눈길’

전문가 “획일 비판한 독자요구 수용”



국내 주요 일간지들의 1면 트렌드가 파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톱기사의 주류를 이뤘던 사건·사고 위주의 속보성 보도형태에서 탈피, 심층취재물 중심의 지면구성과 획기적인 편집으로 변하고 있는 것.



1면 머리기사의 변화는 중앙일보에서 가장 많이 감지된다.

중앙일보는 지난 3월부터 토요일자 신문 지면을 통해 1면 톱기사로 ‘토요이슈’ 코너를 신설, 고정 박스화 했다. ‘토요이슈’ 코너에서는 한 주 동안 벌어졌던 가장 큰 이슈를 박스 형태로 게재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기사와 사진을 내세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26일자 중앙일보의 1면 머리기사는 한국전쟁 54돌을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 내용을 ‘세대갈등’이라는 제목과 함께 게재했다. 중앙의 이 같은 의제설정은 같은 날 타 일간지들이 대부분 ‘AP의 김선일씨 외교부 문의’에 관한 기사를 1면 메인기사로 보도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주5일제 시행 첫날이었던 7월3일자도 ‘놀아서 고민…, 못 놀아서 고민…’이라는 제하의 1면 톱박스 기사를 실어 일반 서민들이 체감하는 주5일제 근무 첫날 세태를 보도했다.

또 7월6일자에는 ‘영안실만 있고 임종실은 없다’는 제하의 탐사보도성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 사건·사고 중심의 타 일간지들과 차별화를 기했고 7월24일자에는 ‘생각뉴스’란 코너를 통해 최근 일본에 몰아닥치고 있는 한류열풍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가상대화 형식으로 보도하는 등 파격적인 지면 구성을 선보였다.



조선과 경향 등 다른 신문들의 1면 변화도 눈에 띤다.

경향신문은 18일자 1면 머리기사로 ‘대한민국에 드리운 ‘친일(親日)’의 그늘’이라는 제하의 ‘기자메모’를 실어 그동안 타일간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변화된 지면을 선보였다.



조선일보는 탐사보도와 기획성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7월8일자 1면 머리기사와 4면, 5면 전면에 걸쳐 보도한 ‘탈북청소년들의 현 모습’이라는 제하의 탐사기사는 2개월여에 걸친 심층 취재 결과물이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헌법소원 제기가 한창 주요 일간지들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던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조선일보는 국가 주요 전산망 해킹 보도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1면 머리기사로 심층 보도하는 등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내일신문 지면제작 스타일의 변화도 눈에 띤다.

새로운 편집국장이 취임한 지난달 1일부터 “속보와 낙종에 연연치 않고 심층기사 중심의 ‘주간지형 일간지’를 지향하겠다”며 지면 변화를 예고했던 내일신문은 수 일전 타일간지에서 보도됐던 기사라고 하더라도 가치 있는 기사라고 판단될 경우 이를 심층 보도하는 새로운 보도경향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같은달 8일자 내일신문은 장애아, 학부모, 특수교사의 단식농성 4일째에 맞아 장애아 교육의 문제점을 20면 한 면을 털어 심층 보도했다. 이 보도는 지난 6월16일부터 한달이 넘게 국민일보가 연재해온 ‘장애아 교육권’ 기획보도를 더욱 심층·취재 보도한 것이다. 또 ‘불량만두’ 파동이 발생한지 한 달째를 맞은 7월5일에는 1면과 22면 전면을 활용해 ‘불량만두 파동 한달, 무엇이 달라 졌나’ 제하의 심층 취재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처럼 신문들이 기획특집물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작 트렌드를 바꿔가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박사는 “신문은 모두 똑같다는 독자들의 적지 않은 비판을 각 신문사들이 지면에 수용·반영해가고 있는 결과물의 일환”이라며 “이런 파격적인 지면 구성 속에서도 언론은 정보전달 기능이 우선시돼야 하는 만큼 정해진 틀을 너무 크게 흐트러뜨리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완 기자 kore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