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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러 기자에게 듣는다

동아시아 평화 최대과제는 '북한 핵문제'

특집  2004.08.25 09: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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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는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남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3개국 언론인들이 한국언론을 바라보는 시각과 동아시아 언론발전을 위한 이들의 소견, 이들 국가들이 당면한 최대과제 등에 대해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당초 중국도 포함됐었으나 마감시간까지 원고가 도착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중국은 제외했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3개국 언론인들은 현재 한국 언론이 추진 중인 편집권 독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 공감을 보였다. 이들은 또 동아시아대회에서 다룰 주제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피력했다.







1. 창립 40주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에 할 말이 있다면.

2. 한국의 현재 언론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3. 동북아 지역 평화와 발전을 증진하기위해 각국 언론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4. 남북한과 미중러일 등 한반도 주변 6개국의 발전과 평화 증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5.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10월 제1회 동아시아기자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대한 평가와 올 11월 개최 예정인 2회 포럼에 대한 조언은?

6. 귀 단체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무엇인가?





로버트 레저(Robert Leger) 직전 미국기자협회 회장



1. 지난 40년 동안 귀 협회는 한국의 언론자유를 위한 강력한 지지자로 일해 왔다. 이런 점에서 귀 협회는 한국 국민들이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큰 도움을 줬다. 자치는 식견있는 대중을 전제로 하며, 진실을 자유로이 보도할 수 있는 뉴스 매체를 통해서만 시민들이 자기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하고 있지 않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시민들은 적합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다. 한국은 강력한 언론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기자협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좌경 정부와 우경 소유주를 가진 언론과의 갈등이 있어 왔다. 지난 해 한국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기자포럼에 미국기자협회 대표들이 참석했을 때, 한 각료가 나에게 자신은 언론에 의해 부당하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미국 관리들도 좌익 우익을 불문하고 가끔 언론으로부터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것은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어떤 정부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언론은 국민의 친구가 되어야 하며, 언론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어렵고 예리한 질문을 종종 던져야 한다.



3. 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동북아 지역 평화와 발전을 증진하기위해 동북아 및 전 세계 언론인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자질에 대한 의견은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는 평화 증진이 뉴스 보도의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논설위원이나 특별 기고가들은 평화 증진을 자신들의 주 토픽으로 자유로이 선정할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우리는 한국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것과는 다른 환경에 살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한국 기자들이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증진하는데 기자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4. 한반도를 둘러싼 6개국의 발전과 평화 증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들 중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신념이기도 하지만, 미국기자협회는 한국 그리고 아시아에서 언론자유가 더 증진되기를 바란다. 한 나라의 지도자들을 책임지울 수 있는 자유언론은 평화 증진에 도움을 준다. 자유로운 언론은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더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5.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인들의 관심을 유도했던 동아시아기자포럼은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기자들을 한 곳에 불러 모으는 아주 좋은 토론의 장이었다. 각 국가에서 온 기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다 보면 다른 나라들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작년 포럼에서 나는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론자유 증진을 위해 정부와 투쟁해온 많은 언론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제2회 포럼에서도 언론자유 증진과 관련된 주제가 계속 다루어지기를 바란다.



6. 부시 미행정부는 현재 비밀주의(secrecy)를 금과옥조처럼 생각한다. 미국기자협회는 지난 1백여년 동안 정보의 자유와 미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자유의 보장을 위해 투쟁해 왔다. 이러한 투쟁이 2001년 9·11 사태 이후 더욱 많이 어려워졌다. 이는 많은 미국 국민들이 국가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공개정부의 원칙을 포기해야 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논리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미국기자협회는 시민들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직접적인 시민 행동과 선거에서의 선택을 통해 시민 스스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입장을 특히 인기가 없는 곳에서 계속 고수해 나갈 것이다.







미키 묘친 직전 일본신문노련 위원장



1. 한국에서는 지금 시민과 연대한 언론개혁운동이 추진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권언유착 문제를 날카롭게 따지고, 국민을 위한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이를 지탱하고 있는 주역이 한국기자협회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우리 두 국가 언론인들이 협력해 평화를 위해 펜을 잡는 일이야말로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연대감을 깊게 해 나가자. 한국기자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2. 한국의 언론개혁운동은 노무현 정권 탄생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나아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의 활약이 한국 국민의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 성장에 기여한 것은 일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전국지는 보수적인 언론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 한겨레신문이나 지방지가 개혁적인 지면제작을 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앞으로는 전국지 기자들과의 연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실현되면 한국 언론은 더욱 더 언론의 전문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3. 우선은 아시아의 역사를 잘 알고 각각의 지역성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일본 언론인들을 이해하려면,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나 군국주의시대에 일본의 신문이 어떤 보도를 했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일본 신문은 일본 패전 후 “두 번 다시 전쟁을 위한 펜을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아시아의 전쟁피해자에 대해서는 언론으로서 명확한 사죄를 하지 않았다. 각국의 언론과 언론인 조직에는 각각 기자연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래의 연수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긴급한 사안이다. 현재의 북한 국력으로 볼 때 북한에 의한 무력침공은 거의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있다면 북한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우리들은 자기나라의 국민 뿐 아니라 북한 시민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에 대해 말하자면, 일본정부는 북한의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끈질기게 대화를 반복, 국교정상화를 향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5. 동아시아의 평화 증진을 위해선, 외교 뿐 아니라 언론인들의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문이나 TV는 아시아의 정세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줌으로써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10월에 한국에서 개최된 ‘동아시아기자포럼’은 아시아의 언론인들이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 포럼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도 그 모임에서 알게 된 기자들과 이메일로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금년 11월에 열릴 예정인 기자포럼의 주제로는 ‘이라크전쟁과 언론’을 제안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도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자위대가 이라크남부 사마하에 파견됐다. 그렇지만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저항은 강하고 그 증오심은 언론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라크가 평화를 되찾게 하기 위해 아시아지역 언론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토론할 것을 희망한다.



6. 일본신문노동조합(신문노련)은 일본 내 신문사, 통신사의 언론 노조원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조합원은 약 3만 명이다. 신문노련은 고용문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언론 문제에 대한 긴급한 과제로는 일본 헌법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는 헌법 9조에서 “전쟁포기”를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보수정당들은 지금 헌법 9조 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 언론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신문노련에서는 검토하기 시작했다.







브세볼로드 바그다노프(Vsevolod Bagdanov) 러시아 기협 회장



1. 나는 귀 협회가 우리 언론의 법적, 사회적 위상 강화를 위해 꾸준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나는 귀 협회의 그러한 노력을 많은 국제 언론인 모임에서 잘 보아왔다. 브라질, 서울 그리고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기자연맹(IFJ) 총회에서도 귀 협회의 일관된 노력을 보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언론인들 특히 모스크바에 상주하는 언론인들과 아주 친하다. 수년간 우리는 여러 한국 기업체들과 함께 협력해 왔으며 한국 언론인들도 그 일에 동참하고 있다. 어떤 일인지 궁금한가? 예를 들어서 러시아에서 아주 평이 좋은 삼성과 함께 지난 수년간 업무 중 희생된 언론인 자녀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수는 현재 2백명 정도다. 삼성은 또한 업무 중 희생된 러시아 언론인 추모식에도 항상 참가한다. 추모식은 12월 말경에 열리며, 모스크바 주재 한국 언론인들도 이러한 모임에 참석한다. 우리는 한국 언론인들과 그들이 보여주는 책임감에 친근감을 느끼는 바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언론관계 모임과 토론회를 주최하고 있다. 나는 러시아기자협회와 귀 협회가 많은 교류를 통해서 함께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



2. 한국 언론은 아주 다재다능하고 젊은 언론으로 비추어진다. 한국의 언론은 미래의 언론이며,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한다. 한국의 언론은 자주 주도권을 가지기도 하며 러시아 언론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정부 권력과 기업과의 상호 관계에서 어려운 때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과 언론인들은 그들의 개인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입장은 많은 한국 언론의 성과에 잘 나타나 있다. 언론의 자유가 한국에는 있다.



3. 동북아 및 전 세계 기자들은 우리가 세계화의 시기를 다르게 경험하기 때문에 이 세상과 그 미래에 책임이 있다. 세계적인 목적이 우선한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국가적 목적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문화의 결합이 세계화의 시기에도 보여져야 한다.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내가 서울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 사실을 알았다.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의 대단한 단결력과 경제력은 나에게 엄청난 경험이었다. 또한 한국은 오래되고 풍부한 문화, 음악, 예술 그리고 전통을 지닌 나라다. 언론은 이러한 풍부하고 오래된 것들을 국민과 사회가 잃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이 점에서 언론인 교류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 언론들이 러시아를 자주 방문해 언론관련 여러 문제를 함께 토론하기를 바란다. 우리 언론과 언론인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 자세가 되어 있다.



4. 한국의 주변 국가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들 국가의 공동의 미래, 사회 경제적 주도권, 그리고 단결 같은 문제들은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영토 분쟁과 북한에 대한 식량 제공의 경우 대한민국의 선의를 잘 알 수 있다. 어려운 때 부자가 가난한 측을 돕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며 성공할 가능성도 더 높다. 선린의 관계는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다.



5. 작년 10월 귀 협회가 동아시아기자포럼을 개최했는데 참석하지 못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날 한국기자협회의 국제적 위상이 아주 높아져서 제2회 포럼에서는 귀 협회가 아주 유익한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류의 발전과 번영의 문제뿐 아니라 보다 큰 문제로서 세계화, 관용과 언론 그리고 언론인과 같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어느 때 보다 지금 언론인들은 자신의 책임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론을 형성하고 어떤 정책과 사업의 현상과 사실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언론인들이 독자와 청중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제2회 동아시아기자포럼에서는 언론인들이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토의가 있었으면 한다. 이 문제는 10만 명의 신문사, 라디오, 방송 그리고 인터넷 회원을 가진 러시아기자협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6. 우리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론인의 봉급과 언론계의 부정 퇴치와 같은 언론의 사회적 법적 지위에 관한 것이다. 최근 우리는 언론인의 축제인 ‘전 러시아 2004’를 흑해에 위치한 소치(Sochi)시에서 가졌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2천여 기자들이 이들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언론시장의 법적, 경제적 문제, 광고주 및 정당으로부터의 독립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또 다른 중요한 문제이다. 나는 귀 협회가 주최하는 동아시아기자포럼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이러한 오늘날 언론이 직면 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찾기 바란다.



번역=강석재 국제교류분과위원장

정리=이종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