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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왜곡' 방향없는 신문사설

차정인 기자  2004.08.25 10: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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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정부 무능하다’ 강력 비판

타 일간지 ‘적극 대응·남북공조’ 주장





최근 중국 외교부 사이트에서 고구려사가 삭제된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불거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신문 사설의 논조가 대안 없는 비판과 더불어 일부신문은 정부 비난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부터 21일 현재까지 국민 경향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국 한겨레 등 국내 10개 중앙일간지에 나타난 ‘고구려사 왜곡’ 관련 사설은 모두 39건. 대부분의 신문들이 적게는 3건, 많게는 5건 가량 게재했다.



사설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소재는 △중국 외교부 사이트 고구려사 기술 부분 삭제 △정부의 대응 △중국 외교부 사이트 한국사 기술 중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 모든 기술 삭제 △국가적 차원으로 진행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한 사설들의 내용은 대부분 중국을 비판하는 것으로 말문을 트고 있지만 말미에 가서는 신문에 따라 현 정권의 무능한 외교력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추거나, 다른 한편으론 남북공조 등을 주장하며 적극 대응을 주문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고 있다.



특히 조선과 동아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고구려사 왜곡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가 한국 정부의 무능한 외교력과 역사관에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은 8월 7일자 사설 ‘중국 눈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보였기에’에서 “집권당 63%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외교통상 대상국으로 중국을 꼽고, 미국 대사관을 4대문 밖으로 내보내면서도 중국찬가를 불러온 게 이 정권이다”며 “오늘 힘이 없고 미래가 없는 나라는 자기 역사도 지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게 아니라 그게 바로 망국의 씨앗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는 9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평소 중국에 어떻게 보였기에 이런 홀대를 받는지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대통령은 마오쩌둥을 존경하는 중국 지도자로 꼽고, 열린우리당 의원 다수는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해야할 외교통상 대상국으로 판단한 데 대한 보답이 이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반면 중앙을 비롯한 경향 서울 한겨레 등 다른 중앙일간지들은 정부에 대한 질책보다는 앞으로의 대응과 중국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은 10일자 사설에서 “역사 분쟁은 중국에도 한국에도 결코 득이 아니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역사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제작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6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역사전쟁’의 길이 아니라, 한국과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한·중 역사공동위원회 구성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서울은 10일자에서 “고구려사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의 동참이 필수적이다”며 “역사 분야에서의 협조를 바탕으로 정치·군사 분야까지 남북간 관계복원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6일자에서 “관련 정부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상설 고위대책기구를 만들고, 북한과의 공동 대처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모든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다른 일간지들도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의 패권의식’(한국 8.4), ‘체계적인 국사교육 시급하다’(문화 8.10), ‘중국 “큰 틀의 한중관계”바란다면’(세계 8.11), ‘중국의 치졸한 고구려사 대응’(국민 8.7) 등 비슷한 시각으로 의제를 설정했다.



이에 대해 한 중앙일간지 학술담당 기자는 “지난해말과 올초에 나타난 고구려사 왜곡 관련 언론의 반응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며 “정부의 잘못을 탓할 수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8월에 나타난 언론의 보도와 사설에서 일부는 고구려사 왜곡을 이용한 정략적 도구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차정인 기자 pressc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