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또다시 동아일보 취재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조회의 근거가 돼온 통신비밀보호법상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危害)’ 범주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관련법을 근거로 한 취재기자들의 통화기록 조회 가능여부 논의가 매번 일회성에 그치는 등 폐해가 잇따라 ‘국익’과 ‘알권리’ 사이의 명확한 규명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동아일보의 보도는 지난 23일자 A1면 ‘중국 외교부 우다웨이(武大偉) 아시아담당 부부장 극비방한’ 제하의 기사였다.
동아는 지난달 26일자 보도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본보의 ‘우다웨이 극비방한’ 단독 보도와 관련해 보안조사를 실시하면서 본보 기자의 통화기록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부의 잇따른 통화기록 조회가 사실상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는 △지난해 10월 검찰의 한겨레 기자 통화기록 조회 △지난 2월 당시 국민일보 조수진 기자에 대한 국정원 조회 △국군기무사령부의 한국일보 기자 조회에 이어 4번째다.
그동안 국회와 참여연대 등은 사건 발생 직후 정보기관의 통화기록 조회 근거규정의 명확한 제시와 관련법 개정 논의를 지속히 전개해 왔으나 결론 없이 중단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국민들의 알권리를 지키려는 기자들의 취재가 통신비밀보호법상 국가안전보장의 ‘위해’ 범주에 걸려 번번이 취재원 보호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빚는 등 ‘국익’과 ‘알권리’ 간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석연 변호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 정보기관의 통신비밀보호법과 관련한 통화기록조회가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언론의 자유와 취재·보도의 자유, 알권리에 대한 자유가 침해돼 법 자체에 대한 진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통해 “우 부부장의 극비방한은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해야할 사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이 사안의 경우 정부의 이해보다 국민의 이해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 너무 분명하므로 탓할게 있다면 외교부의 허술한 보안의식이지, 기자의 통화기록을 뒤져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