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에서 논의될 ‘언론피해구제법’은 현행 제도상의 관련 법령 분산을 통합하고 정정·반론보도의 상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최근 시민단체가 제기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박영식)가 26, 27일 이틀간 대전에서 개최한 정기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양경승 변호사는 구제법 입법의 방향은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조화·균형 △기존 법 제도와의 조화·통일 △피해구제 제도의 유기적 통합을 통한 피해구제의 통일성·신속성·편의성 도모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언론피해구제 제도에 관해 현재 산발적으로 나누어진 법률을 ‘언론피해구제법’이라는 단일법으로 통합, 손해배상청구권과 정정보도청구권, 사전금지청구권 등 제반 언론피해구제 제도를 하나의 법률에 흡수해 통일적·종합적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모두 원래의 보도내용을 부정하고 그와 배치, 반대되는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원 보도내용을 수정, 원상회복을 꾀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엄격하게 구별하기보다는 상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도입은 불손한 동기에서 시작됐고 언론사에 부담을 너무 많이줄 수 있으며 언론 자유 침해의 위헌적 요소도 갖고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중앙일보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는 “법 내용의 수정을 떠나 언론만을 대상으로 한 법을 만든다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상곤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언론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있어 피해구제 방법은 일반행위와 다르다”며 “특수불법행위에 대한 특수구제행위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이 법은 언론기관 방어의 의미가 더 커 비판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조명식 부국장은 “언론피해구제법이라는 명칭이 언론을 가해자로 보는 것 같아 언론인으로서 불쾌하다”며 “언론중재법 내지는 언론분쟁해결법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문화부 허엽 차장은 “시민단체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주장”이라며 “보도의 악의성 여부를 법적으로 어떻게 판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손해배상 명문화는 현행 제도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일보 사회부 김미영 차장도 “손해배상과 관련해 지방 기자들은 위축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시행되면 중재 과정보다는 바로 손해배상으로 가는 사례가 많아지게 돼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