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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論亂場

차정인 기자  2004.09.07 17: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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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인  
 
  ▲ 차정인  
 
여러 사람이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을 일컬어 '난장판'이라고 한다. ‘난장’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원래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 없이 들끓고 떠들어 대던 과거장에 있다. 관리가 되기 위한 등용문인 과거시험장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주장만 펼쳐대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언론계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꼭‘난장’같다. 대립되는 사안에 대한 언론인들의 주장도 자신의 논리보다는 자신이 속한 회사나 단체의 주장이 더 앞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판에는 주장이 많다. 예를 들자.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언론계의 반응은 정치권 못지않다. 일부언론은 ‘먹이감’이라도 찾은 듯 연일 대통령의 역사관 공격에 혈안이다. 어떤 신문은 국보법이 폐지된 이후의 가상현실을 설정해 마치 온 나라가 간첩 천국으로 전락할 것처럼 걱정이다. ‘杞憂’가 범람한다.



언론개혁 입법이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쉽사리 진행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상황체크만 하고 있던 신문들이 조금씩 대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공방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이므로 차치하자. 그러나 언론간의 공방은 국민들의 판단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한 신문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시민단체들을 지면에 옮기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언론관련 단체들에 대해 ‘정부 비판하는 신문을 공격하는 단체들’로 규정,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고 모 인터넷매체는 역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언론을 문제 삼았다. 지원한 죄밖에 없다는 정부기관은 억울하다며 하소연이다.



모두가 서로 다른 주장만을 되풀이한다. 자신들의 논리가 무조건 옳고 타협이란 없다. 특히 ‘적’이라 규정한 대상에 대해서는 여지없다.



이 ‘난장’이 어떻게 정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언론의 속성상 ‘난장’이 지속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혼돈속에도 질서는 있다’고 했다. 난장을 거꾸로 읽으면 장난이 된다.



비록 말장난에 지나칠지 모르나 혹자는 국민들이 언론을 장난쯤으로 여겨 무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론을 빌미로 정쟁을 일삼는 행위에서만큼은 언론이 앞장서 스스로 질서를 만들 수는 없을까.